尹 대통령의 ‘사교육 이권 카르텔’ 해체 의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6-19 1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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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좋으면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탓이다.


보통 공교육 교과과정 밖에서 복잡하게 출제되는 킬러 문항은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따라서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비난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이를 그대로 바로잡지 않으면,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낀 서민들의 자녀는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고 부잣집 자녀들만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불공정한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윤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이 킬러 문항에 대해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며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은 이런 연유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지목한 ‘킬러 문항’에 따른 실태는 매우 심각하다.


현재 사교육 시장에서는 '킬러 문항 하나가 1조 원짜리'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학원들은 이런 문제 풀이 노하우를 강점으로 부각하며,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이를 바로잡지 못한 것은 킬러 문항을 통해 손쉽게 수능 변별력을 확보해온 교육 당국과 족집게 수능 기술로 배를 불려 온 학원가 사이에 형성된 '이권 카르텔' 때문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일찍이 지난 3월부터 이런 문항을 배제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으나, 6월 모의고사(모의평가)에서 다시 킬러 문항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이권 카르텔을 해체하지 않으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사교육비를 막을 방도가 없다.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지난해 초중고생들이 쓴 학원비·과외비·인터넷 강의 수강료 등 사교육비 총액이 26조 원으로 전년도보다 2조 5000억 원이나 (10.8%) 늘었다.


1년 사이 학생 수가 532만 명에서 528만 명으로 줄었는데도 2007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였던 전년 기록을 한 해 만에 새로 쓴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올해 다시 새로운 기록이 수립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현재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만 놓고 보면 52만 4000원으로 처음으로 50만 원을 넘겼다. 서민들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사교육비 지출은 가구소득별로 크게 양극화됐다. 월 평균소득이 800만 원 이상인 가구는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64만8000원이지만 300만원 미만인 가구는 17만8000원으로 거의 4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부잣집에 태어났느냐 여부가 좋은 가느냐의 여부를 판가름한다는 한탄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반드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사교육비 경감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갖고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윤 대통령도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이권 카르텔은 교육 질서를 왜곡하고, 학생들이 같은 출발선에서 공정한 기회를 받지 못하게 한다"라고 우려한 만큼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출제기법을 고도화하고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교육부 수장으로 모든 가능한 지원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 공정한 수능이 되도록 공교육 과정 내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겠다"라고 밝힌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공정 수능’ 방침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비난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다.


사실 민주당 의원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사교육 실태의 심각성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시 취지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한다. 상당 부분 공감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에 대해 ‘교육 전문성이 없다’라거나 ‘시기와 절차가 부적절하다’라는 등의 곁가지를 가지고 때리는 모양새를 보인다. 그러나 전문성이 없다는 데 대해 동의하기도 어렵거니와 시기와 절차 문제를 지적하는 것 또한 동의하기 어렵다. 잘못된 점을 바로 잡는데 필요한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인가. 아니다.


알게 된 즉시 이를 지적하고 바로잡으라고 지시하는 게 맞다. 만약 민주당이 계속해서 이 문제를 잡고 늘어진다면 민주당은 사교육비를 바로 잡으려는 의지가 없는 정당으로 간주하겠다. 문재인정부 5년간 사교육비 문제에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을 것을 보면, 그게 민주당의 본 모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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