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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가 살포됐다는 이른바 ‘쩐당대회’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하는 모양새다.
공개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진술과 공개된 육성 육성녹음을 보면 한두 명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돈을 살포하고 받은 정황이 너무나 뚜렷하다.
애초 검찰의 ‘국면전환용 기획 수사’니 ‘야당 탄압’이니 하며 길길이 날뛰던 민주당이 태도를 바꿔 이재명 대표가 공개적으로 사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런 연유다.
21세기에 20세기의 후진적 ‘고무신 선거’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참으로 낯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386세대 정치인들의 도덕성은 치명상을 입었다. 송 전 대표는 386의 대표 주자로 꼽혀 왔으며, 돈 봉투 연루설이 제기되는 의원들 대부분이 86세대이기 때문이다.
86그룹의 맏형으로 불리는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되레 도·감청 사건을 덮으려는 의도로 급하게 꺼내 든 국면전환용 수사로 의심된다며 검찰을 몰아세웠다.
심지어 86 정치인으로 꼽히는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탈당을 결정한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해 “물욕이 적은 사람”이라며 자신이 보증한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86 동지애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그의 모습이 뻔뻔하기 그지없다.
도덕적 우월성을 앞세워 정치권에 진입한 86그룹이 기득권 세력이 되면서 기존의 정치인들보다 더욱 구태 정치인이 되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이 지난 20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젊을 때는 새천년NHK에서 도우미 불러서 놀고, 나이 들어선 돈 봉투 돌리는 86 운동권은 이제는 그만 정치에서 영원히 퇴장해주시라”고 촉구했겠는가.
장 최고위원이 거론한 새천년NHK는 유흥주점(단란주점)으로, 2000년 5월 17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전야제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 송영길‧우상호 등 386세대 정치인들이 전야제가 끝난 직후 새천년NHK에서 여성 종업원을 대동하고 술을 마셔 논란이 된 사건이다.
이제는 이런 구태 86세대들을 정치권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사실 현재 정치권에 남아 있는 86 정치인은 학생운동 대표세력이 아니라 정치 지향적 소수 운동권 가운데 적응력이 뛰어난 극소수에 불과하다.
진정한 86세대 주역은 대다수 무명의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난무하는 최루탄과 심지어 직격탄의 위험을 무릅쓰고 시위의 선두에 섰다가 체포되고, 강제연행과 고문 구타 등으로 평생 병마에 시달리기도 했다. 개중에는 이름 없이 죽어간 친구도 있었고, 이름은 남겼으나 가족들이 고통을 겪는 친구도 있었다. 굳이 거론하자면 그들이야말로 86세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보다 정치권에 진입해 다선 의원이 된 86 정치인들이 마치 86세대의 대표라도 되는 듯 거들거리고 있으니 분노가 치미는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반일 대 친일, 민주 대 반민주, 진보 대 보수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편가르기하는 86 정치인들은 없어져야 한다.
이제는 그들을 정치권에서 추방할 때가 되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은 노무현 탄핵 여파 속에 당시 이른바 ‘86세대’ 정치인이 대거 유입된 이후 20년이 되는 해이니만큼, 그들을 퇴출하는 해로 삼을 필요가 있다.
시기적으로 그 세대의 퇴장과 함께 새로운 정치 세대의 출현이 불가피한 시점이 된 것이다.
이 거대한 물결을 막아서는 안 되고. 막을 수도 없다.
그래야 그들의 온상 노릇을 해왔던 민주당도 산다.
다시 말하거니와 86 운동권 정치인은 이제 물러나시라.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그들을 당에서 내쫓아야 한다. 그렇게 못하면 86 운동권 정치인들은 물론 그들에게 공천장을 준 민주당도 유권자들의 가혹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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