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민주당은 죽고 ‘이재명 당’ 탄생하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8-21 1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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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대로 전당대회가 끝나면 전통적인 DJ(김대중)의 민주당은 죽고 사실상 '이재명의 당'이 되는 것이다. 남은 지역 경선과 대의원 투표에서 최대한의 견제 표가 나와야 한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지역순회 경선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연전연승을 거두면서 이 후보가 역대급 지지율로 당 대표로 선출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에 대한 당내 우려의 목소리다.


게다가 최고위원들마저 당선권 안에 든 사람들은 고민정 후보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친명계’다.


반면 정작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에서의 권리당원 투표율은 매우 저조하다. 사실상 호남에서 이재명이 당 대표가 될 민주당을 외면한 셈이다. 전통적인 DJ의 민주당이 죽고 ‘이재명 당’이 탄생할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역순회 경선이 후반전으로 돌입한 가운데 이 후보의 권리당원 누적 득표율은 21일 오전 현재 78.05%로, 80%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전날 전북에서도 압승, 당심의 바로미터인 호남에서도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바람을 이어가자 당내에서는 역대급 득표율을 기록하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와 유사한 투표 방식(대의원·당원·국민 여론조사)으로 치러진 최근 전당대회에서의 최고 득표율은 2년 전 '어대낙'(어차피 당 대표는 이낙연) 대세론을 타고 당선됐던 이낙연 전 대표의 60.7%였던 것에 비하면 가히 ‘역대급 득표율’이라고 할만하다.


당헌 80조 개정 논란에서 보듯 그냥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한 당’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선을 기점으로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이 대거 당원으로 가입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종 5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경선에서 친이재명(친명)계 주자들이 대거 상위권에 포진한 것도 같은 배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선권에 든 5명(정청래 고민정 서영교 장경태 박찬대) 가운데 고민정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친명계로 분류된다.


이날 전북지역 권리당원 개표 결과를 포함한 최고위원 후보 누적 득표율을 보면, △정청래 27.76%(9만 6319표) △고민정 23.29%(8만 807표) △서영교 11.46%(3만 9768표) △장경태 11.21%(3만 8885표) △박찬대 10.10% (3만 5057표) 후보 순으로 1~5위를 기록했다.


이 후보의 당권 행이 유력한 데다 이처럼 친명계 4인의 최고위 입성으로 명실상부한 ‘이재명 당’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이었던 호남에선 전대가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투표를 마친 전북의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은 17.20%, 18일 투표를 마친 광주와 전남은 각각 18.18%, 16.76%에 그쳤다. 이는 현재까지 권리당원 온라인투표를 진행한 전국 15개 광역시·도 중 최저수준이다. 이는 호남 민심이 이재명 당으로 변질되어가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는 의미다.


이른바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당헌 80조 개정 논란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민주당 비대위원회는 지난 17일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당헌 제80조 1항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구제 방법을 규정한 당헌 제80조 3항을 수정하는 꼼수를 부렸다.


그런데도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는 ‘당헌 80조 완전삭제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동의 5만 명을 넘어서는 등 이 후보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 조항 삭제 요청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아예 대놓고 ‘이재명 당’을 만들자는 청원인 셈이다.


박용진 후보가 “당헌 당규는 민주당의 기본이고 국민과의 약속이다. 상황에 따라 호떡 뒤집듯 뒤집을 거면 그 많은 조항은 그냥 ‘상황에 따라 달리 정한다’ 이 한 줄이면 된다. 그런 편의주의와 무책임 무원칙한 태도는 민주당의 노선이 아니다. 민주당의 기본을 되찾아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우이독경(牛耳讀經)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DJ의 정신이 깃들었던 ‘민주’의 당이 아니라 친명계의 독선이 난무하는 ‘이재명’의 당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 정당이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쩌면 호남에서 신당 깃발을 들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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