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신평 ‘경고음’에 귀 기울여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4-09 1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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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모든 여론조사 지표에서 이미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앞으로 불리한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머리를 조아리며 아첨하는 사람은 측근에서는 배제해야 마땅하다.“


‘윤석열 멘토’로 불리는 신평 변호사는 9일 윤 대통령에게 아첨꾼을 쳐내지 않으면 큰일 난다며 이 같은 경고음을 보냈다.


신 변호사는 "강경파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모든 면에서 잘하고 있고, 자신들이 똘똘 뭉치면 내년 총선은 반드시 이기게 돼 있다'는데 그건 완전한 허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론조사에서 '내년 총선에서 여당, 야당 어느 쪽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는 물음에 여권이 큰 폭으로 밀리고 있다. 상황은 이처럼 엄중하고 불길하다"라며 "조만간 큰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면 여권은 총선에서 참패한다"라고 거듭 경고했다.


그러면서 신 변호사는 중국 청(淸)나라 태평시대를 이끈 건륭제(乾隆帝·청의 6번째 황제)의 말을 살펴 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건륭제가 '짐이 모든 역사를 살펴볼 때, 신하는 언제나 아첨하고, 임금은 언제나 교만했다'라며 이는 위대한 황제의 통렬한 자기반성"이라며 "윤 대통령도 자신의 마음가짐과 직언자 확보에 대해 엄숙한 내적 성찰이 필요하다"라고 주문했다.


그러면 신 변호사의 이 같은 우려는 당면한 문제일까, 아니면 한낱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내년 4.10 총선을 앞둔 여당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사실이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상대로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주장과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주장 중 어느 쪽에 더 동의하는지 물은 결과,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답변이 50%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36%)을 앞섰다.


이는 '여당 다수' 의견이 42%, '야당 다수' 의견이 44%로 드러나 오차범위 내였던 지난 2월28일과 3월1일 양일간의 조사에 비해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결과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불과 1개월 만에 2%p 격차에서 14%p로 격차가 무려 7배나 더 벌어진 것이다.


이것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경쟁 관계에 있는 지금의 민주당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몸살을 앓는 상황이다.


최근 검찰의 기소와 재판 출석 등으로 비명계를 중심으로 '질서 있는 사퇴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이 대표가 인적 쇄신의 일환으로 친명계 지도부 등 당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사퇴론은 잠잠해지는 모습이지만, 향후 검찰 수사 과정, 재판 출석 등 '사법 리스크' 자체는 현존한다.


겉으로는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선 부글부글 끓고 있어 언제 폭발할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내년 총선에서 ‘여당 다수’ 보다 ‘야당 다수’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신평 변호사가 이에 대해 경고음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앞서 신 변호사는 지난 2일에도 "국민은 차츰 윤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며 "이렇게 가면 내년 총선의 결과는 불문가지(不問可知,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가 윤 대통령을 향해 이처럼 쓴소리를 하는 것은 그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아니라고 부인을 하고 있으나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게 여러 조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은 그를 ‘윤석열 멘토’로 불렀고, 그의 발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천주교 신자인 그는 한 방송에서 “윤 대통령 내외분을 위하여 매일 기도를 드리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그런 자신이 윤 대통령을 쓸데없이 비난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성공적으로 잘 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번씩 고언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그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김건희 여사가 자신이 비판한 글을 가지고 와서 ”당신 읽어보라“고 하면서 들이밀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당내 ‘친윤’ 인사가 그의 쓴소리를 ‘사심’ 운운하며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 쓴소리를 들을 열린 귀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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