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여권 전체를 쥐고 흔들어대는 모양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단호하게 그를 끊어내지 못한 대가다.
전광훈 목사는 최근 대통령실로부터 '노동절 민주노총 집회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지난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늘 아침 일찍 대통령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실에서) ‘대통령께서 미국을 가십니다. 목사님. 반드시 저 민주노총 세력을 막아주십시오. 노동절날 (민주노총의) 반국가 행위를 목사님 외에는 막을 사람이 없다’라는 전화가 (걸려)왔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내가 걱정하지 마시고, 미국 잘 다녀오라고 말씀드렸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전광훈 목사 뒷배가 대통령실'이라는 황당한 가짜뉴스 퍼뜨리고 나섰다.
실제로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그동안 전 목사가 안하무인으로 설쳐도 국민의힘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대통령실이라는 뒷배가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며 “민주당은 전 목사의 대통령실 발언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진상을 파헤쳐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전 목사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한마디로 ‘허언증’이 도진 것이다.
국민의힘은 즉각 논평을 통해 "전광훈 목사의 주장은 허무맹랑한 주장으로,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허언증’ 증세가 심한 극우 성향의 유튜버 말만 믿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이를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여야 극한 대립 과정에서 야당이 여당을 폄훼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건 어찌 보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희대의 가짜뉴스 '청담동 술자리' 사건까지 이용하던 정당이니 전광훈 목사의 발언은 얼마나 좋은 공격 소재이겠는가.
문제는 그런 전광훈 목사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긋지 못하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우유부단한 태도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28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5.18 헌법전문 수록 불가론'을 밝힌 데 대해 "매일 실언만 하는 사람은 경고해 본들 소용없다. 그냥 제명해야 한다"고 비판하자, 김기현 대표는 지난 3일 홍 시장을 겨냥해 "지방자치 행정에 전념했으면 한다"고 맞받아치며 두 인사 간 '전광훈 설전'이 벌어졌다. 사실상 김 대표가 전 목사를 두둔하고 나선 셈이다.
그러면 김기현 대표는 왜 전광훈 목사를 두둔하고 나선 것일까?
혹시 김 대표가 전대 당시 전 목사의 도움을 받았던 것은 아닐까?
그런 의구심이 증폭되자 결국 김 대표는 지난 21일 설명자료를 통해 지난 전당대회 당시 전광훈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에 대해 "선거 후보로서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인정했다.
아마도 그것이 전 목사와의 관계 단절을 주저하게 만든 요인인 것 같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다. 후보로서 단 한 표라도 아쉬운 마당이었으니 그걸 나무라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런 관계를 이어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강력한 손절 메시지를 전광훈 목사에게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도를 넘은 망언이 나올 때마다 여권 전체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전 목사는 “국민의힘 버릇을 고쳐 놓겠다”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마치 집권 여당이 이상한 목사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발언이다. 하지만 그가 정말 집권당의 버릇을 고쳐 놓을 힘이 있는 건 아니다. 허언증이다.
하나님도 까불면 죽여버리시겠다는 그런 허언증 환자에게 기대어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김기현 대표가 전 목사를 겨냥해 “그 입을 당장 닫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경고를 보내긴 했으나 그것으로는 약하다. 더 강력한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 전 목사에게 협력하는 국회의원이나 원외 당협위원장은 물론 당원들을 강력하게 징계하겠다는 경고장을 내보낼 필요가 있다.
전 목사가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강력하게 투쟁한 공로는 개인적으로 인정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 공로를 무기로 여권에 개입하려고 한다면 단호하게 끊어내야 한다. 새로운 정부는 극우 정부가 아니라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정부가 돼야 하는 까닭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