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탄’ 부결?…눈 가리고 아웅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8-18 11:35:2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의 ‘당헌 제80조’(기소 땐 당직 정지) 개정안을 부결하고 원안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실이 아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당 대표 선출이 유력한 이재명 후보를 위한 ‘방탄용 개정’이라는 국민 여론의 비판이 빗발치자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당헌 제80조 1항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당헌 제80조 3항을 수정하는 ‘꼼수’를 택한 것이다.


해당 조항은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중앙당 윤리심판원 의결을 거쳐 징계 (당직 정지) 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라는 내용인데, 비대위는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라는 내용으로 바꾸기로 한 것.


당무위는 독립기관인 윤리심판원과 달리 당 대표가 의장으로 있는 기구여서 당 대표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한마디로 당헌 80조 1항을 무력화하는 조치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런데도 마치 충성 경쟁을 벌이듯 당헌 80조 1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친명계 의원들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재명 러닝메이트’를 자처한 박찬대 최고위원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수년간 윤석열, 한동훈 검찰이 보여 온 선택적 수사, 선택적 기소를 지켜보고도 이런 결정을 했다는 것이 실망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안규백 전준위원장도 “당을 일대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는 위험을 검찰 기소에 맡겨 두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을 남겨두는 것”이라며 비대위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당원들도 당원게시판을 통해 “별수를 다 써서 막아도 안 되니 이제 기소로 (이재명을) 날리겠다는 것이냐”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급기야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는 '당헌 80조 완전 삭제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 글은 당내 강성 이재명 지지그룹인 이른바 ‘개딸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당원들 반발이 거세면 당무위에서 다시 이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당헌이 개정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7월 당 대표 예비경선 때 여론조사 30% 반영을 놓고 친명계와 비명계가 맞붙었을 때도 당무위는 친명계 반발에 비대위안을 뒤집고 이 후보에게 유리한 결정을 한 바 있다. 그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으로는 양이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예 대놓고 ‘이재명 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이처럼 ‘눈 가리고 아웅’하는 추잡한 일이 벌어졌다.


최근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면서 권성동 원내대표를 의원총회라는 요식적인 절차를 통해 재신임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과연 이런 정당이 제대로 된 정당인지 의문이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언급한 윤 대통령의 스마트폰 메시지 내용을 언론에 노출하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 이전에도 ‘검수완박’ 법안에 합의하고 그걸 또 주말 내내 자랑까지 했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합의를 폐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대통령실 행정 요원 채용에 대해서도 함부로 말을 했다가 설화에 휩싸이는 등 원내대표를 할 자격이 없는 자다. 더구나 당 대표 6개월 공백 기간이라는 엄중한 비상 상황을 ‘직무대행’이라는 자리 욕심에 단순히 ‘사고’로 해석하는 엄청난 잘못을 저질러 당을 깊은 혼란에 빠뜨린 당사자 아닌가. 그런데도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기는커녕 되레 비대위원 자리까지 꿰차고 앉았으니 국민이 그를 곱게 볼 리 만무하다.


이재명을 위해 당헌 80조 1항을 그대로 유지하되 3항을 개정하는 것으로 ‘이재명 방탄’ 역할을 하게 만들어주는 민주당이나 ‘재신임’이라는 요식행위를 통해 원내대표 자격조차 없는 권성동에게 비대위원 감투까지 씌워준 국민의힘이나 모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그들에게 국민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


민주당이 이재명을 위한 당이고 국민의힘이 윤핵관이라는 권성동을 위한 당이라면 여야 모두 희망이 없다. 오죽하면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전 대표보다 권성동이 더 밉다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권성동은 모든 당직을 내려놓고 반성하는 차원에서 백의종군해야 한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