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총선 출마…그 끝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6-12 11: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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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민주당이 제 발로 다시 조국의 강에 빠지겠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다. 대환영이다. 다만 길 없는 길의 종착지는 '감옥'이다. 조국 전 장관이 징역 2년을 받은 것은 출마나 정치로 바꿀 수 없는 엄중한 사실이다. 잠시 미루거나 돌아가도 결국 감옥으로 가는 길이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길 없는 길을 가겠다’라며 사실상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한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의 쓴소리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님을 오랜만에 찾아뵙고 평산책방에서 책방지기로 잠시 봉사한 후 독주를 나누고 귀경했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서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 글이 공개된 후 조 전 장관이 정치활동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여야 모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조 전 장관에게 주변에 있는 많은 분이 출마를 권유하기 시작한 건 좀 됐다. 윤석열 정부가 보이는 검찰독재의 대항마로서의 상징적인 성격 등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출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역시 같은 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길이 없는 길이긴 하다. 원래 재판받아야 하는 사람이 총선에 나가는 게 없는 길이지 않나. 그런데 그 없는 길을 얼마 전에 민주당이 만들어줬다. 총선 룰을 개정해서 1심, 2심 유죄가 나오더라도 대법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판결을 내지 않으면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터주지 않았나”라며 “나갈 마음이 거의 100%를 넘어 200%인 것 같다”라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피선거권을 가진 자라면 누구든 출마할 자유가 있다. 조 전 장관이 비록 자녀의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으나 확정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선거권을 박탈당하지는 않는다.


물론 1심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형기를 마친 시점부터 5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하지만 기소 이후 재판이 ‘질질’ 끌어지면서 내년 4월 총선 전 2심 판결조차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조국 전 장관이 출마하겠다면 현재로선 막을 방도가 없다.


문제는 그로 인해 국민이 상처를 입게 된다는 점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아빠 찬스’를 자녀에게 줄 수 없는 대다수 가장에게 눈물을 안겨주었다. 공정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많은 청년에게는 절망을 맛보게 했다. 그런 그가 출마한다면 잠시 잊었다고 생각했던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그 분노가 조국을 넘어 민주당을 향할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그가 민주당에 입당해서 공천을 달라면 어쩌겠는가.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할 건가?


이재명 대표에게는 총선 룰을 개정해서 1심, 2심 유죄가 나오더라도 대법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판결을 내지 않으면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조국은 안 된다고 하면 그가 가만히 있겠는가.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그에게 “정치하려면 공천 신청은 물론 입당조차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게 전제조건”이라며 무소속 출마를 권유한 것은 그런 이유다.


하지만 설사 민주당 공천이 아니라 ‘꼼수’로 무소속을 선택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형태가 어떻든 조국의 출마 자체가 민주당에는 상당한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그가 출마할 가능성은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말처럼 “100%를 넘어 200%”다.


그게 민주당 사람들의 생존방식이다. 이재명 대표가 대선 패배 직후 총선 출마를 위해 물밑 작업을 할 때와 당 대표 출마 움직임을 보일 때 많은 사람이 말렸으나 그는 ‘선사후당(先私後黨)’이라는 일념으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가 오늘날 깊은 수렁에 빠진 민주당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국의 출마 역시 민주당에는 건너기 어려운 늪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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