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복당” 다음은 송영길?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4-26 11:42:5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꼼수 탈당 논란을 빚은 무소속 민형배 의원에 대해 26일 복당을 결정했다. 탈당한 지 371일 만에 복당이 이뤄진 것이다.


앞서 민형배 의원은 지난해 4월 20일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배치됐다.


이른바 '검수완박법'이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될 것을 대비한 조치였다.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법안의 전체회의 상정이 가능하단 점에서 '우군' 한 명을 늘리기 위한 술책이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3일 “검수완박법을 지난해 법사위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에서 민 의원 위장 탈당으로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의결한 건 국회법뿐 아니라 헌법 위반”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가 그의 탈당을 ‘위장 탈당’으로 규정하고, 국회법과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음에도 민주당이 이날 서둘러 그의 복당을 결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 민 의원은 국회법과 헌법 위반이라는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만큼 국회 윤리위에 회부 해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할 사람이지 결코 환영받을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 의원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탈당이라는 대의적 결단으로 입법에 동참했다”라며 그를 ‘영웅’ 취급해 주고 있으니 가관이다.


국민과 헌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민형배 의원의 잘못을 ‘소신’이라느니 ‘대의적 결단’이니 하며 한껏 추켜세우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역겹기 그지없다.


대체 민주당은 왜, 또 하필이면 송영길 전 대표가 공식적으로 탈당한 바로 다음 날에 민형배 의원의 복당을 서둘러 결정한 것일까?


어쩌면 송영길 전 대표에게 나중에 복당을 시켜주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송 전 대표는 전날 오후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당원 자격을 잃었다. 흔히 이쯤 되면 당연히 정계 은퇴를 선언할 것이라 여기지만 그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그는 나중에 당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참으로 가관이다.


'돈봉투 전당대회' 논란이 민주당에 엄청난 악재가 되고 있다는 건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다.


실제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22~24일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이 34.9%로 직전 조사 대비 4.1%p 하락한 가운데 '돈봉투가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 국민이 무려 56.6%에 달했다. (100% 자동응답(ARS) 방식 응답률 1.4%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처럼 민주당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사람이 나중에 복당하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사실은 코미디다. 그런데 국회법과 헌법을 위반한 민형배 의원을 복당시키는 민주당을 보니, 자기들 말처럼 밥값과 기름값에 불과한 돈 봉투를 돌린 정도의 송영길 의원은 얼마든지 복당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형배 복당은 그런 의미가 있다. 송영길 전 대표에게 ‘돈 봉투’ 여파가 당이나 이재명 대표에게 미치지 않도록 당신 선에서 잘 차단해 주면 그 ‘소신’과 ‘대의적 결단’을 높이 사서 복당시켜주겠다는 신호라는 말이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서 "위장탈당 민형배 의원이 복당한다고? 이런 식이면 중대 결심인 것처럼 탈당한 송 전 대표도 얼마 안 있어서 복당한다는 소식이 들리겠다"라고 꼬집은 것은 그런 신호를 감지한 때문일지도 모른다.


특히 돈봉투 논란의 당사자 격인 윤관석·이성만 의원에게도 나중에 복당시켜줄 테니 ‘꼬리 자르기’를 위해 탈당해 달라는 무언의 압력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 인사들의 탈당은 그저 지금 닥친 위기를 면피하기 위한 일시적인 피난처에 불과한 것으로 크게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그게 그들의 정치 방식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