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반성 없는 이준석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11-07 11: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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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게 “미스터 린튼(Mr. Linton)”이라고 부르며 영어로 응대한 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여야 정치인들은 물론 현직 미국 예일대 교수도 “정치인으로서 자격 미달”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인 위원장에게 신속하고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미스터 린튼(Mr. Linton)이 아니다. 인요한 위원장이다"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환자는 서울에 있다, 별로 할 말이 없다) 그 얘기를 한국말로 했을 때 인요한 위원장이 못 알아들을 리가 없다"라며 "한국말로 표현 안 되는 뉘앙스를 전달하기 위해 영어로 했다는 건 정말 변명치고는 치졸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나종호 예일대 정신과 조교수는 5일 페이스북에서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가장 쉽게 상처를 주는 말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이다. 실제로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인종차별로 가장 쉽게 쓰이는 표현”이라며 “이 전 대표가 인 위원장에게 ‘미스터 린튼(Mr. Linton)’이라고 하며 영어로 응대한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의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국계 미국인 2세에게 한국계라는 이유로 미국의 유력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한국어로 이야기를, 그것도 비아냥대면서 했다면 그 사람은 인종차별로 그날로 퇴출당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인 위원장은 2012년 특별귀화 1호로 한국 국적을 부여받은 한국인이다. 한국어에 능숙하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까지 사용한다.


그런데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부산 경성대 중앙도서관에서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던 도중 자신을 찾아온 인 위원장을 'Mr. Linton'(미스터 린튼)이라 칭하며 영어로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우리 일원이 됐지만, 현재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인 위원장에게 'Mr. Linton'(미스터 린튼)이라며 영어로 응대한 것이나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라고 조롱한 것은 누가 보아도 명백한 '인종차별'이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이런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인 위원장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사과나 반성은커녕 해명을 핑계로 인요한 위원장을 마치 한국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처럼 더욱 조롱했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모욕을 주기 위해 영어로 말한 것이 아니라 더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영어를 사용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인 위원장의 언어 능숙도를 생각해서 이야기했는데 그게 인종차별적 편견이라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즉 인 위원장은 한국어 표현이 능숙하지 영어로 이야기했다는 것인데 이건 해명이 아니라 또 다른 조롱일 뿐이다.


인 위원장은 ”할머니가 1899년 목포 태생이고, 아버지는 1926년 군산에서 태어났고, 저도 전라도에서 태어났다”라며 “(이준석 대표 영어 발언이) 조금 섭섭했다”라고 했다.


그런데도 이준석 전 대표가 반성하지 않는다면, 아니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조차 모른다면, 그건 소외되고 차별받는 자들에 대한 인권 의식이 부족한 것이다.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인성을 지녔는지조차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나만이 옳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틀렸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면 그건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이준석 전 대표의 지금까지 행동을 보면 ‘나만이 세상에서 옳은 유일한 사람’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 산다는 느낌이다.


지난 대선 때 여성 혐오를 부추겨 젊은 여성들이 윤석열 후보에게 등을 돌렸고, 그로 인해 압승이 예상됐던 선거판이 뒤집혀 어려운 싸움이 되게 만들었던 것도 그런 착각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인종차별에 대해 반성이 없는 것 역시 그런 착각 때문일 것이다.


그런 자가 신당을 만든다고?


착각도 유분수지, 소가 웃을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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