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의 Two 李가 문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8-02 11: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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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라는 황당한 제안을 했다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른바 ‘개딸’들을 필두로 한 강성 팬덤 정치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당원들이 당에 의사를 표현할 통로가 없어서 의원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문자를 보내는 것”이라며 “당에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서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게 한 다음에 ‘오늘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이달의 가장 많은 항의를 받은 의원’ (꼽기) 등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다음 날 대구에서도 “국민과 당원들의 적극적인 활동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야말로 문제”라며 강성 팬덤 지지층을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분위기가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에서 ‘확대명(확실히 당 대표는 이재명)’으로 분위기가 굳어지는 상황에서 이는 다른 당권 주자들은 물론 당내에서 쓴소리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다.


실제로 박용진 후보는 “자신과 반대의견을 내놓는 소신을 숫자로 겁박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비판했고, 강훈식 의원은 “자칫하면 온라인 인민재판과 같이 흐를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이재명 측은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당원과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의사결정 직접 참여를 위한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제안한 것을 이를 ‘의원 욕할 플랫폼’이라고 하는 것은 발언 일부만을 갖고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는 해명서를 냈다.

 

참으로 가관이다.


이 후보의 발언은 누가 들어도 분명히 '욕하게 하자'라고 들린다. ‘욕’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언제나 그렇듯 언론이 거두절미하고 발언의 취지를 왜곡한다는 식의 ‘남 탓’을 하고 있으니 문제다.


이재명 후보는 단 한 번도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시인하는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앞서 이 후보는 최근 '저학력·저소득층은 국민의힘 지지가 많다'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지난달 29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저학력, 저소득층이 국민의힘 지지가 많다"며 "내가 아는 바로는 고학력, 고소득자, 소위 부자라고 하는 분들은 우리(민주당) 지지자가 더 많다. 안타까운 현실인데 언론 때문에 그렇다. 언론 환경 때문"이라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자 이 후보는 그다음 날 “자신에게 피해를 끼치는 반서민 정당인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안타깝다, 왜 이렇게 됐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잘못된, 왜곡된 정보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많다. 틀린 말 했습니까?”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른바 '계급 배반 투표론'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로 이런 현상이 있는지는 학문의 영역이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당이 잘 했으면, 이재명 후보가 잘했으면'이란 반성은 빠지고 오직 ‘언론 탓’ 뿐이었다.


오죽하면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이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1일 1 실언(失言)한다"라고 비판했겠는가.


조 의원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상대방이나 언론에서 지적하면 거두절미하고 발언의 취지를 왜곡한다고 변명하는데 저 같으면 어떻게 빌미를 줬을까 되돌아봤을 것 같다"라며 이같이 꼬집었다.


국민의힘에도 이재명 후보처럼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남 탓’을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준석 대표다. 그는 자신의 ‘성 상납’ 의혹과 그에 따른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징계에 대해 반성은커녕 되레 ‘윤핵관’을 탓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핵관들이 자신을 쫓아내려 한다는 것이다.


한때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정치인의 이런 구태의연한 프레임으로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보이니 ‘젊은 꼰대’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항상 ‘여야의 Two 李가 문제’라며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행태를 지적한 어느 정치인의 글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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