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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첫 의제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다루기로 했다는 소식에 송영길 전 대표가 발끈했다.
송 전 대표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 대표를 한 사람이 탈당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눈물이 나지만 당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해서 나왔다"라며 "저의 법률적인 부분은 검찰이 저를 잡으려 기획 수사를 하는 것 아니겠나. 법정에서 다툴 문제"라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한마디로 돈 봉투 살포 사건은 혁신위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 법정에서 다툴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날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비공개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기구 첫 의제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다루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 당장 20여 명에 달한다는 돈 봉투를 받은 의원들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와는 별도로 당 혁신위가 이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당장 내년 총선 공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그들 대부분이 송영길 전 대표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의원들일 것이고, 결과적으로 송영길과 가까운 사람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송 전 대표가 “법정에서 다툴 문제”라며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은 이런 까닭이다.
그는 또 이재명 대표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자는 사람은 투항주의자로, 입법부의 견제 역할을 포기하자는 항복 문서(에 서명하자는 것)"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 만뿐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을 '윤석열 검찰총장 독재 정권' 하에서 포기하자는 행위는 투항적인 노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야당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비판은 아마도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함에 따라 돈 봉투에 연루된 의원들도 줄줄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을 우려한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송영길 전 대표는 자신이 이재명 대표로부터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럴 만도 하다.
대선 경선 당시에는 이른바 '이심송심'(李心宋心·송영길 대표가 이재명 후보를 밀어주고 있다는 주장) 논란으로 당이 시끄러웠었다. 송영길이 노골적으로 이재명의 손을 들어 주는 우연(?)이 여러 차례 반복됐었다. 송영길은 그런 방식으로 자신이 이재명을 대선 후보로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디 그뿐인가.
송영길은 자신의 지역구를 비워줘 이재명에게 도피처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실제로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이재명이 보궐선거로 금배지를 달게 만들어준 것 역시 송영길인 셈이다.
그런데 이제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으로 당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자 자신을 ‘팽(烹)’한다고 생각한 송영길이 발끈해 “법정에서 다툴 문제”라거나 “투항주의자”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면서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사냥개의 정해진 운명인 것을.
송영길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송영길을 타깃으로 사냥을 하는 것"이라며 "(검찰이)완전히 사냥개"라고 했지만, 지금 그를 사냥하는 건 검찰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일지도 모른다.
이 대표가 자신을 향한 사법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송영길의 ‘돈 봉투 사건’을 이용하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체포동의안 포기 선언도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송영길 측 의원들을 겨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토사구팽(兎死狗烹)’이 맞다.
그로 인해 송영길 전 대표의 속은 ‘부글부글’ 끓겠지만 그런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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