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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속담에 ‘방죽도 쥐구멍으로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국회 압도적 다수 의석을 무기로 입법 권력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던 세력이 그 힘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급기야 조기 대선에서 승리해 행정 권력까지 움켜쥐었다. 절대로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철옹성과도 같은 이재명 정권은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거대한 방죽도 한 마리의 쥐가 뚫어 놓은 작은 구멍 때문에 무너지듯 이재명 정권도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질 수가 있다. 정권에 한 마리의 쥐새끼가 숨어 있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 이재명 정권에 구멍을 낼만한 ‘쥐’가 숨어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인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그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연일 이재명 정권의 실세 의혹이 불거진 그를 향해 ‘존엄현지’라고 부르며 총공세를 펼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이에 맞서 이재명 정권은 김현지 실장을 엄호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물론 집권당까지 나섰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통령실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이었던 그를 갑자기 제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존엄 현지’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무비서관은 30년 넘게 단 한 번도 국정 감사 출석에 빠진 적 없다. 반면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
이에 따라 김 실장을 국정 감사에 출석시키지 않으려고 인사이동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대체 이재명 정권은 왜 이토록 철저하게 김현지 엄호에 나선 것일까?
그가 정권 실세라는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실제로 일개 총무비서관이 장관급 인사에 관여한 정황이 있다.
자신이 개인적으로 잘 아는 지인을 산림청장으로 추천했다는 의혹은 물론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가 사퇴할 때도 그가 전화로 사퇴하라고 통보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일은 일개 총무비서관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자신의 권한을 넘어선 직권남용이다.
더구나 김 실장과 민족해방(NL) 계열인 경기동부연합의 연관성 의혹까지 불거진 마당이다.
과방위 소속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김 실장이 김일성 추종 세력인 경기동부연합과 연결돼 있다”며 기자회견까지 나섰다.
어디 그뿐인가.
이른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를 받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 교체 과정에 김 실장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터져 나왔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대북 송금 관련해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보고를 했다고 진술했는데 그 이후에 갑자기 당시 이재명 보좌관이었던 김현지가 질책했고 곧바로 변호사가 교체됐다는 것.
이에 대해선 교체 당한 설주완 변호사도 인정한 바 있다. 사실이라면 이는 김 실장이 위증 교사나 증거 인멸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이에 대해 국정감사에 나와 명명백백하게 질실을 밝혀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김현지 실장은 물론 설주완 변호사마저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서 ‘쏘옥’ 빼버리고 말았다. 이래선 안 된다.
이런 의구심들에 대해 김 실장은 마땅히 국회에 나와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할 의무가 있다.
경고한다. 쥐는 발견됐을 때 즉시 잡아내야 한다. 그 쥐를 ‘꽁꽁’ 숨겨 두면 쥐구멍은 점점 더 커질 것이고 결국 거대한 방죽을 무너뜨리고 말 것이다.
그로인해 지금은 ‘존엄현지’라고 불리지만 나중에는 ‘생쥐현지’로 낙인찍힐 지도 모른다. 그때가서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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