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너무 빨리 이빨 드러냈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1-18 12: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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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정부가 중수청 설치법안을 공개한 직후 여당 강경파의 강한 반발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금기야 중수청 논의가 정책 토론을 넘어 감정적인 진영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사실 정부안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 개인의 의견이 담긴 것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가장 긴밀하게 소통하는 국무위원이 정성호 장관이다. 청와대와 깊은 교감 끝에 만들어진 정부안이다. 정부안을 주도한 것은 정성호 장관이 아니라 봉욱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따라서 정부안에는 이재명 대통령 의중이 담겨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부안이 정청래 대표와 그를 추종하는 친청계 강경파들에 의해 짓밟히고 있다.

6.3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정 대표의 눈치를 보는 인사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은 김용민 의원이 정성호 장관을 상대로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있었다. 여당 법사위 간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언성을 높인 것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국회의원 선수를 따지더라도 그렇게 하는 건 같은 당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친청계 인사들이 정성호 장관을 상대로 이렇게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 건 사실 이재명 대통령을 무시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다만 살아있는 권력인 이 대통령에게는 차마 그럴 수 없어서 대신 정성호 장관을 상대로 그렇게 하고 있을 뿐이다.

우상호 정무수석이 주변 사람들이게 “정성호 장관과 봉욱 민정수석의 생각이 이재명 대통령 생각”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된다면 중수청 설치법안이 그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청래 대표가 자신의 핵심 공약인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등가 시키는 '1인 1표제'를 다시 추진하는 것은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민주당 당무위원회는 19일 오전 10시 회의를 소집하고 '1인 1표제'를 도입하는 당헌 개정안을 중앙위원회에 부의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앞서 당 최고위원회는 지난 16일 '1인 1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당헌 개정안을 당무위에 부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해 12월 25일 부결된 안건에 당 대표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중 1명에 전략지역(영남지역) 출신을 우선 지명하는 내용을 추가했을 뿐 사실 크게 달라진 내용은 별로 없다.

다만 전당원 투표 및 당원의 참여 활동 의무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따르면 당의 주요 당무 및 정책에 관한 사항은 전 당원 투표에 부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당무에 이재명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하기 어렵게 된다.

친명계 최고위원이 지난 16일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1인 1표제가 당 대표 선출과 관련이 있는 만큼 오는 8월 예정된 전국당원대회 준비위원회(전준위)가 꾸려지면 그 차원에서 논의하는 게 적절하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정 대표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

실제로 정 대표는 전당대회가 임박해 논의가 이뤄지면 출마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금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행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당헌 개정에 대한 당원 의견 수렴에 나선다. 중앙위원회는 오는 2월 2일 오전 10시 개회하고, 중앙위원 투표는 개회 시각부터 3일 오후 6시까지 진행한다.

이제 정청래 대표가 추진하는 1인 1표제 도입은 시간문제다. 그것이 이루어지는 날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정부안은 난도질당할 것이고, 중수청 설치법안은 친청계가 의도하는 대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것이 이재명 대통령 레임덕의 신호탄이 될 것이고, 여권은 급격하게 친명계와 친청계로 분화하게 될 것이다.

이른바 ‘명-청대전’의 서막이 오르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정청래 대표의 반격이 너무 빠르다. 현재 권력과 차기 권력의 싸움은 늦을수록 차기 권력이 우세하고 빠를수록 현재 권력이 우세한 법인데 아직 집권 1년도 안 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정 대표가 너무 빨리 이빨을 드러냈다. 살아있는 권력을 너무 얕잡아본 것이다. 정청래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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