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스토킹과 불법 미행을 넘어, 국민이 신뢰하는 공인탐정업으로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6-18 13: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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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주임교수


경찰의 스토킹 범죄 대응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최근 경찰은 스토킹 범죄에 대해 전건 접수와 당일 조사 원칙을 도입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하여 보호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스토킹은 더 이상 사적 감정 다툼이나 단순한 따라다님의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의 일상과 심리적 평온을 파괴하고, 때로는 폭행·상해·살인 등 중대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신호다.

특히 최근에는 위치추적장치를 악용한 스토킹 범죄가 사회적 불안을 키우고 있다. 누구나 위치추적장치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타인의 동의 없는 위치정보 수집·이용은 사생활 침해와 불법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 장비 구입이 쉬워질수록 그 위험도 함께 커진다. 이러한 현실은 경찰만의 과제가 아니라, 사람의 행적·소재·사실관계를 다루는 탐정업계에도 중대한 경고를 던진다.

우선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탐정이라는 명칭이 붙는다고 해서 모든 미행과 관찰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불법 위치추적, 보복성 미행, 반복적 접근, 주거지나 직장 주변의 장시간 대기처럼 상대방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주는 감시 행위는 더 이상 사실조사가 아니다. 의뢰인의 요구가 있었다는 사정도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 타인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거나, 상대방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면서도 계속 따라붙는 행위는 탐정업의 영역이 아니라 범죄 또는 위법행위의 영역이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개별적인 ‘스토킹행위’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스토킹범죄’를 구분한다. 스토킹범죄가 성립하려면 개별 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때의 지속성·반복성은 시간이나 횟수를 기계적으로 합산하는 개념이 아니다. 대법원은 스토킹범죄를 위험범으로 보아, 피해자가 실제로 불안감·공포심을 느꼈는지와 무관하게 그 행위가 ‘객관적·일반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당사자의 관계와 경위·태양·언동 등 행위 전후의 사정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연락하지 말라”, “찾아오지 말라”고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재차 접근하거나 연락했다면 반복성은 쉽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판례가 피해자가 실제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도 반복된 전화로 벨소리·진동·부재중 표시가 남아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면 스토킹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법리는 탐정업계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미행 판단의 핵심은 기술의 정교함이 아니라, 넘지 말아야 할 한계를 지키는 데 있다. 탐정의 미행·잠복·관찰이 모두 스토킹은 아니며, 공개된 장소에서 제한된 목적과 범위 안에서 사실을 확인하는 행위까지 불법이라 볼 수는 없다.

필자는 과거 칼럼에서 탐정의 미행을 신중 미행, 근접 미행, 완만 미행으로 나누어 설명한 바 있다. ‘신중 미행’은 대상자가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비노출·비접촉 방식으로 제한적 관찰에 그친다. ‘완만 미행’은 필요한 시간과 장소, 범위를 정해 선택적으로 사실을 확인한다. 반면 ‘근접 미행’은 대상자가 미행 사실을 인식하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계속 따라붙는 방식이며, 스토킹행위로 평가될 위험이 매우 크다. 탐정의 전문성은 더 가까이 따라붙는 능력이 아니라, 멈춰야 할 때 멈추는 절제에 있다.

탐정 실무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위치추적장치의 무단 사용이다. 타인의 동의 없이 차량이나 소지품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고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행위는 합법 탐정업의 고급기법이 아니라 불법 감시다. 배우자, 연인, 채무자, 직원, 거래 상대방이라는 관계가 있다고 하여 정당화되지 않는다. 의뢰인이 “내 가족이다”, “내 차량이다”라고 주장하더라도 그 안에 제3자의 위치정보와 사생활이 개입되어 있다면 신중할 수밖에 없다. 탐정은 의뢰인의 요구를 그대로 수행하는 사람이기 전에, 불법 요구를 거절할 줄 아는 전문가여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민간조사서비스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첫째, 의뢰 목적을 엄격히 심사하는 일이다. 보복·감시·협박·사적 응징이나 스토킹 목적이 의심되면 수임을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둘째, 피해자 중심의 사실관계 정리다. 피해 일시·장소·접근 방식과 거부 의사 표시 시점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문자·통화기록·영상·목격자 진술을 증거목록으로 구조화하는 일은 피해자 보호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

셋째, 증거보전 조력이다. CCTV, 차량 블랙박스, 공동현관 출입기록, 주차장 기록 등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다. 탐정은 이를 임의로 확보하는 사람이 아니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보존을 요청하고 경찰·변호사 등 제도권 절차와 연결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넷째, 위치추적장치 피해가 의심될 때는 피해자의 동의를 전제로 전문 탐지업체 또는 경찰 신고 절차와 연계해야 한다.

다섯째, 법률적 평가와 사실정리를 구분한 ‘사실조사 보고서’ 작성 지원이다. 탐정은 고소장을 대신 작성하거나 적용 법조와 권리관계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변호사법상 법률사무와의 경계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겪은 일을 육하원칙에 따라 정리하고, 사건 경과표·증거목록표·사진 및 영상 목록·피해자 구술정리서 등으로 구조화하는 것은 민간조사서비스의 중요한 영역이 될 수 있다. 핵심은 탐정이 법적 판단이나 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빠짐없이 정리해 관계기관 또는 법률전문가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탐정은 수사기관이나 변호사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제도권 보호로 연결하는 사실조사 조력자여야 한다.

8월 5일은 우리 탐정업계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20년 이날 개정 신용정보법이 시행되며 오랜 세월 금지돼 온 ‘탐정’ 명칭 사용이 비로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탐정의 날’을 맞아 국회 차원에서 「공인탐정업의 관리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주제로 한 공청회와 세미나가 추진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탐정업은 이미 사회 현실 속에 존재한다. 이제 과제는 이를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제도적으로 관리·운영할 것인가이다. 법과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불법 감시업자와 합법 조사전문가가 구분되지 않는다.

공인탐정업 법률안은 탐정에게 특권을 주자는 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업무범위, 금지행위, 등록요건, 교육훈련, 윤리기준, 개인정보보호, 피해자 보호, 수임 거절 기준을 명확히 하는 국민보호법이어야 한다. 특히 스토킹·위치추적·개인정보 침해와 같은 고위험 영역에서는 탐정이 할 수 있는 일보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선량한 탐정업 종사자를 보호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민간조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탐정업계도 스스로 변해야 한다. “무엇이든 알아내 드립니다”라는 자극적 홍보는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이제는 “합법의 범위 안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증거를 정리하며, 피해자를 제도권 보호로 연결하겠습니다”라는 직업윤리를 세울 때이다. 탐정은 국민 불안을 키우는 감시자가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보완하는 사실조사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위치추적 스토킹과 불법 미행은 단호히 막아야 한다. 그러나 그 반대편에는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회안전망을 보완할 수 있는 합법 민간조사서비스의 가능성이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탐정이라는 이름의 남용이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탐정업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다가오는 8월 5일 탐정의 날이 불법 감시와 결별하고, 공인탐정업 제도화를 통해 국민 신뢰의 새 출발을 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학과장 ▲경찰학박사, 美경영학박사 ▲경찰청 총경 퇴임 ▲前대통령실 행정관 ▲K-탐정연구소장 및 K-탐정단장 ▲공인탐정법 등 민간조사업 관련 논문·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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