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 너머 ‘스태그플레이션’ 기로 봉착한 한국경제, 충격 총력 대응을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3-10 13: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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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벌어진 중동전쟁이 확전일로(擴戰一路)로 치달으면서 장기화(長期化)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훼손 우려가 커지는 등 곳곳에서 부작용이 확산 중이다. 무엇보다도 중동전쟁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오일 쇼크(Oil Shok)’를 넘어 고유가·고환율·고물가의 ‘신(新) 3고(高)’ 고착화(固着化)로 수출 위축과 내수 침체가 심화하며 1970년대 오일쇼크 때처럼 경기 침체에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Stagnation + Inflation)’으로 이어지는 풍전등화(風前燈火)의 누란지위(累卵之危)에 봉착(逢着)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가 저성장·고물가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준엄한 경고다.

미국·이란 간 숨 막히게 펼치고 있는 중동전쟁 발(發) 고유가 충격이 갈수록 태산이다.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격 공습 이후 최근 한 주 동안 서부텍사스유(WTI) 기준으로 36% 폭등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주간 단위로는 1983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달 말 60달러 후반에서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폭등했다.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20~30%를 차지하는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Strait of Hormuz)’이 봉쇄되면서 수송 길이 사실상 막힌 가운데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의 감산 조치가 더해진 결과다.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은 원유 저장 시설이 모자라 생산량을 줄이는 강제 조치에 들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유 저장 시설도 3주 내 한계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분쟁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 원유 가격이 이번 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카타르(Qatar) 에너지 장관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으며, 이는 세계 경제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유가(高油價)는 경제 규모 대비 석유 소비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한국경제에 치명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상승할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은 최소 0.3%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는 ‘오일 쇼크’ 수준의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0.8%포인트 낮아지고 소비자물가는 2.9%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이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5%대 고물가 구간으로 재진입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전쟁 발발 전인데도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개월째 2%대를 기록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연간 물가가 5%대로 치솟았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재연되지 말란 법이 없다. 물가 불안이 확산하게 되면 내수가 얼어붙고 투자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산업현장에서는 벌써 비명이 터져 나온다. 철강과 자동차 등 주요 수출기업들은 원유 가격 급등 탓에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항공·해운·물류 부문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2% 성장이 물 건너가고 경상수지도 급속히 악화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란 정권 교체를 목표한 미국과 호르무즈해협을 막고 버티는 이란의 충돌에 한국경제의 충격파도 시작됐다. 나프타(Naphtha) 원료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여천NCC(나프타분해시설) 등은 고객사에 제품 공급 지연을 선언했다. ‘산업의 쌀’ 나프타 재고가 2주 치 정도에 불과해 비상이 걸렸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물질로 별도 전략비축 품목이 아닌 탓에 직격탄을 맞았다. 핵심 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막히면 석유화학공장 가동 자체가 어려워진다. NCC 가동률이 더 떨어지면 플라스틱, 합성섬유 등 범용 화학제품 공급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유가 급등으로 화물차 기사들은 당장 소득이 급감했고, 비닐하우스에서 채소를 키우는 시설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주 이재명 대통령이 휘발유 가격 담합 단속과 100조 원대 금융안정 조치 등을 내놓았지만 충분할는지 의문이다. 나프타는 국내 정유사 생산과 수입산이 절반 정도씩인데, 수입산 중 60%가 중동산이다. 원유 역시 71%가 중동에서 수입되는 탓에 정유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금융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의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이사는 “유가 충격이 장기화하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것”이라며 인플레이션(Inflation)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크게 낮아졌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경우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자금시장이 경색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원유 가격 급등과 금융시장 경색이 실물 경제로 전이되면 우리 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가 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전망치는 국제 유가를 배럴당 62달러로 예상해 내놓은 수치다. 중동 사태가 공급망 마비와 세계 교역 축소로 이어지고,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마저 위축된다면 경제성장률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외 석유업체들이 정상적인 제품 공급이 어렵다는 ‘불가항력’ 선언을 하고 나서는 등 중동발 경제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중동 사태가 국내 물가와 산업 생산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쿠웨이트 석유공사는 지난 7일(현지 시각)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정상적인 수출이 불가능해 원유 및 정제 처리량을 감축하겠다고 밝히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불가항력 조항은 전쟁, 자연재해 같은 통제불능 상황이 발생하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책임을 면제해 주는 장치다. 다른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조처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일분 이상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얽히고설켜 있는 공급망에 어떤 구멍이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다.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경제의 안전판을 단단히 고정하고 방파제를 높이 구축하는 것은 물론 비상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포함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 대규모 자연재해 등의 발생 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비상계획)’을 서둘러 수립하고 경제 상황 전반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통제·관리하는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로 작동하는‘경제 워룸(War room │ 전쟁 시 군 통수권자와 핵심 참모들이 모여 상황을 파악하고 작전을 협의하는 곳)’을 설치하여 다각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즉각 가동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유가 상승은 각종 석유류 제품뿐 아니라, 운송비와 생산비 상승을 통해 식품·공산품·서비스 가격 전반을 끌어올린다. 에틸렌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각종 석유화학제품 생산도 타격을 받게 된다. 중동발 경제 파장은 외부 변수에 의한 결과이니만큼 정부 대책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혼란을 틈탄 가격 꼼수 인상, 업체 간 담합 등을 엄중하게 단속해 원가 상승 이상의 물가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상황이 심각해지게 되는 경우는 정부의 비축유(備蓄油)를 방출(放出)하거나 유류세 인하 등 시장 안정 조치를 실기(失期)하거나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적기(適期)에 기민하게 실행으로 답해야만 할 것이다.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6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도입한다고 했지만, 이는 국내 2∼3일 치 소비량에 불과하다. 원유와 천연가스 대체 공급처를 서둘러 확보하고 해상운임과 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비용 충격을 완충하는 공급망 안정 조치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유가 상황에 맞춰 자가용 운용자제 등 단계별 수요억제 대책도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저소득 취약층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바우처(Voucher │ 이용권)’나 유류세 환급 등 정교한 맞춤형 지원책을 통해 서민 부담을 덜어줘야만 한다.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정부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택·통신·의약품부터 일반 공산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도 가격 통제에 나설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고 있다. 고물가로 고통받는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고 환영한다.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쓰나미’를 인위적 가격 통제로 막기에는 역부족(力不足)이다. 정부가 글로벌 고물가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려면 무리한 가격통제보다는 시장을 교란시키는 불공정행위 단속과 비효율적 유통 구조 개선, 공급망 확대 등 구조적 해법과 취약 계층에 대한 핀셋 지원부터 조속히 검토해야만 한다. 작금의 우리 경제는 중동 발(發) ‘신(新) 3고(高)’에 백척간두(百尺竿頭)의 나락에 내몰리고 있다. 6,300을 돌파하며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치솟던 코스피(KOSPI) 5,000선으로 내려앉고, 환율은 달러당 1,500원을 넘보고 있다. 이젠 기준금리 인하도 물 건너간 것으로 전망한다. 무엇보다 유가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다. 1개월 안에 중동 전운이 걷힌다면 약 7개월분의 정부 비축유로 버틸 수 있겠지만, 문제는 전쟁이 더 길어지고 악화할 때를 대비한 ‘플랜 B’를 선제적으로 미리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원유 가격 급등과 금융시장 경색이 실물 경제로 전이(轉移)되면 한국경제는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로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추운 겨울로 냉골이다. 지난해 4분기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가구 비율이 25%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 기준 청년 취업자 수는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의 실적 호조로 올해 국세는 초과 세수가 기대된다.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에 박차를 가해 물가 상방 압력을 최소화해야 한다. 가격을 왜곡해 부당 이익을 취하는 담합과 사재기는 솎아내고, 기업들이 국내 투자 동력을 잃지 않게 살피는 것도 중요한 책무로 서둘러야 한다. 원재료 수입 금융 지원과 유류세 인하 폭 확대 등 동원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검토해 물가 불안을 조기에 잠재워야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5일 청와대에서 중동 전쟁에 따른 여파를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각 부처와 논의하기 위해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100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주식과 환율 같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겠다.”라고 했다. ‘외환 보유액’ 확충은 물론 ‘통화스와프(Currency swap)’ 확대와 같은 환율 안전판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한다. 예기치 못한 대외 악재로 경기 침체가 발생할 우려가 큰 상황에선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우선은 신속 집행을 통하여 기정예산 집행의 속도를 높이되, 중동 유탄에 국가 경제와 민생이 무방비로 당하는 일이 없도록 추경예산 편성 카드를 사전에 서둘러 준비하고 있어야만 한다. 통화·재정 등 거시경제 정책 전반 운영도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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