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원내대표도 내려놔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8-01 13: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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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권한대행이 '원톱'에서 당 대표 대행직을 내려놓고 원내대표만 맡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너무 늦었다.


당내에서 원내대표직마저 내려놓으라는 요구가 쏟아져 나오는 탓에 그 자리도 지키기 어렵게 됐다. 자업자득이다. 무능한 사람이 욕심을 내선 안 될 ‘원톱’ 자리를 탐했다가 원내대표 자리마저 내줘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실제로 홍준표 대구시장은 1일 “원내대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동승계 된 대표 권한대행만 사퇴하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홍 시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를 구성할 수가 없고 권한대행을 사퇴하면 원내대표도 사퇴하는 것이 법리상 맞다”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전체가 당원과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지금 지도부 총사퇴하시고 새로이 선출된 원내대표에게 비상대권을 주어 이준석 대표체재의 공백을 메꾸어 나가는 게 정도가 아니냐”라고 했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도 당 대표 직무대행 사퇴를 선언한 권성동 원내대표를 향해 "이제는 원내대표도 사퇴하셔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 나와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당 대표 직무대행을 하는 건데 원내대표는 유지하고 당 대표 직무대행을 내려놓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서 대통령 사고 상황에 국무총리가 '저는 국무총리직은 유지하고 직무대행은 안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라며 "지금 전혀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전날 페이스북에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은 당이 나아갈 새로운 비전 무엇 하나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리더십만 바닥을 드러냈다"라며 "지금 당장 모든 직을 내려놓고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직무대행직과 함께 원내대표직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원내대표는 당 대표 ‘사고’ 시에 직무대행을 맡게 되어 있다. 따라서 직무대행만 내려놓고 원내대표직을 유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직무대행을 내려놓겠다는 건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전제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이 모든 사태는 이준석 당 대표가 성 상납 의혹에 따른 증거인멸 교사혐의라는 추악한 행위로 당 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징계가 내려졌는데도 사퇴하지 않고 당 밖에서 여론몰이에 나선 게 원인이다. 따라서 그 일차적 책임은 이준석 대표에게 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책임은 전적으로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있다.


그는 집권 여당 대표가 추악한 행위로 독립기관인 당 윤리위로부터 징계를 받아 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를 ‘궐위’로 해석하지 않고 ‘사고’로 해석했다. 사실 모든 정당의 당헌·당규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제정돼 있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궐위’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굳이 ‘사고’로 해석하고 자신이 직무대행까지 겸하는 ‘원톱’ 자리를 꿰차고 앉은 것이다. 이는 이준석 대표에게 ‘6개월 후 당 대표 복귀’라는 잘못된 희망을 심어주었고, 그로 인해 당은 극도로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더구나 무능한 사람이 그 자리를 꿰차고 앉았으니 집권당이 제대로 굴러갈 리 만무하다.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실 9급 행정요원 채용과 관련한 실언과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 유출에 대한 책임 논란으로 권성동 체제는 크게 흔들렸다. 그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와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런데도 그는 ‘원톱 체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배현진 조수진 윤영석 의원들이 잇따라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초선 의원 32명이 권성동 대행체제의 변화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자 무릎을 꿇었다. 대행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원내대표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버리지 못한 모습이다.


추(醜)하다. 그러나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도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자업자득이다.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정치적으로 ‘궐위’로 해석할 수 있는데도 자신이 원톱이 되기 위해 ‘사고’로 해석하는 바람에 이 같은 혼란이 이어졌고, 결국은 원톱은커녕 원내대표자리마저 흔들리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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