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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만든 국민의힘 내 특별위원회 '민생119'가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제시했다.
전북 지역의 80년대 생 젊은 당협위원장이 요즘 젊은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한두 수저만 뜨고 나머지는 모두 버려 귀중한 음식이 낭비되고,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환경오염도 심각하다면서 이 같은 운동을 제안했다고 한다.
쌀이 다른 식품과 비교할 때 오히려 칼로리가 더 낮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 밥 한 공기를 다 비우게 함으로써 식당 자영업자들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수고를 덜고 환경오염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매우 바람직하다. 더구나 젊은 청년의 생각이라니 기특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게 뜬금없이 ‘양곡관리법 대안’ 논란으로 변질되더니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시발점은 당의 징계를 받은 데 대한 분풀이로 어떻게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깎아내려는 이준석 전 대표다.
실제로 이준석 전 대표는 SNS를 통해 "양곡관리법을 반대하면서 그 대안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하자’라고 한다면 이걸 가지고 대안 경쟁을 할 수 있겠나?"라며 "갈수록 태산"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이 소비량 증대에 큰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양곡관리법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걸 이준석 전 대표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대로 식당에서 내준 밥 한 공기를 다 비우냐 마느냐는 쌀 소비량에 큰 차이가 없다. 어차피 제육볶음에 밥 한 공기 나오면 먹든 남기든 소비는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전 대표는 귀중한 쌀 한 톨이라도 헛되이 낭비되는 걸 막고 환경오염을 방지하자는 차원의 아이디어를 마치 ‘양곡관리법 대안’으로 제시한 것처럼 사실을 비틀어 왜곡하며 비판의 칼날을 국민의힘을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준석계 허은아 의원도 "쌀값이 떨어져 걱정이 태산인데 여성들의 다이어트 탓이나 하고 공기밥 먹는 운동을 하자니 이게 어느 나라 민생 해법이란 말이냐"라며 "아예 밥공기 그릇 두 배로 만들라 하시지 그랬냐"라고 비아냥거렸다.
김웅 의원 또한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뭘 자꾸 먹는 당심 100% 지도부"라며 "오후 4시 치킨과 맥주를 먹고 아침에 구내식당에 모여 학식을 먹고 민생 어쩌고 하면서 편도(편의점 도시락)를 먹고, 이제는 밥 한 공기를 다 먹자고 한다. 먹방으로 정치할 거면 그냥 쯔양이 당 대표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라고 비꼬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에 편승한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다.
민주당은 이준석 전 대표가 의도적으로 비틀어 왜곡한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 공세에 가담했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논의)그게 정말인가. 신중하지 않을 뿐 아니라 너무 경박스럽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황당한 구상에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라고 날을 세웠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정제되지 않은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고, 그중에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이 거론됐을 수는 있다.
하지만 조수진 위원장이 추구하는 이 운동의 목적은 첫째도 둘째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환경오염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그로 인해 식당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음식물 쓰레기 처리의 고충에서 벗어나게 해 주자는 것이다. 이게 조롱할 일인가.
그런 차원에서 쌀이 다른 식재료보다 칼로리가 낮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알리자는 게 이준석 전 대표의 말처럼 “갈수록 태산”이고, 이재명 대표의 말처럼 경박스러운 것인가.
아무리 상대방을 깎아내려야 내가 올라서는 게 정치라고는 하나. 이건 아니다.
특히 사실을 비틀어대는 말장난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이준석의 뒤틀린 정치는 참 나쁘다.
거기에 편승한 같은 당 허은아 의원과 김용 의원은 물론 그걸 빌미로 국민의힘을 공격해대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나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좋은 정치라고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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