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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경제는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3%대 실질성장률 달성이 전망되며,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나아가 고령화 시대 노동 공급의 한계 속에서도 AI 확산과 설비 투자 증가로 잠재성장률이 40년 만에 2년 연속 반등하는 등 거시경제 지표는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경제 지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체감 경기와 직결된 고용 시장에는 유례없는 한파가 휘몰아치고 있다. 성장과 고용의 연결 고리가 끊어진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고착화되며, 경제 성장의 온기가 민생의 핵심인 일자리로 전혀 확산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0월 16일 발표한 ‘2026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15세 이상 전체 취업자 수는 2,926만 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2,915만 4,000명에 비해 11만 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1~9월 기준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1만 6,000명에서 11만 7,000명 수준으로,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고용시장이 마비되었던 2020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치다. 당초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가 월평균 16만 명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를 15만 명으로 하향 조정했고, 이마저도 남은 기간 매달 25만 명가량 증가해야 달성할 수 있어 사실상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미래 경제의 중추인 청년층(15~29세)이 고용 빙하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9월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4만 7,000명 급감하며 무려 4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자리의 질적 악화는 더욱 심각하여 올해 8월 기준 청년 취업자 중 주당 17시간 이하로 일하는 초단기 취업자의 비중이 전체의 16.0%까지 치솟았다. 청년 취업자 6명 중 1명이 ‘쪼개기 일자리’로 내몰려 제대로 된 경력 형성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구직 활동마저 포기하고 통계상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청년의 비율이 20대 초반을 넘어 후반까지 빠르게 확산하며 국가 경제의 성장 기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 참사의 원인은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노동시장의 후진적 경직성이 맞물린 결과다. 올해 1~9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월평균 5만 1,000명 감소했고, 건설업과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역시 각각 3만 7,000명, 3만 2,000명 줄어들며 주력 일자리가 무너지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대기업 호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기업들은 신규 채용보다 당장 현장에 투입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며 자동화와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초급 업무 일자리를 대폭 줄여나가고 있다. 여기에 강성 노조의 교섭권 확대 요구, 노동 유연성을 옥죄는 각종 규제, 청년 고용과 정면으로 충돌할 우려가 큰 법정 정년 연장 논의 등은 기업들로 하여금 신규 채용의 문을 더욱 굳게 닫게 만들고 있다.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처방은 현금성 수당 지급이나 재정에 의존한 단기 공공 일자리 창출과 같은 일회성 처방이 될 수 없다. 성장의 과실이 채용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신산업 규제를 혁파하고 낡은 노동시장의 체질을 유연하게 개혁해야만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진 극단적 이중 구조를 타파하여 청년들이 다양한 민간 기업에서 노력에 걸맞은 보상을 받으며 안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나아가 AI가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시대를 맞아 교육과 훈련의 패러다임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정해진 지식을 단순 암기하는 방식을 넘어, 현장의 직무 괴리를 줄이고 스스로 문제를 파악해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는 창의적 실무 경험 위주로 대학교육과 직업훈련 체계가 재편되어야 한다. 청년을 위한 가장 탄탄하고 영속적인 사회 안전망은 결국 ‘좋은 일자리’뿐이다. 성장과 고용, 민생의 선순환을 복원하기 위해 시장 중심의 구조 개혁에 국가적 총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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