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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1999년 제정, 2000년 시행)에서 ‘탈수급’은 오랫동안 중요한 정책목표였다. 특히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에게 자활사업은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공공부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필자는 박사학위논문 「비취업대상 조건부 수급자의 탈수급 의사결정과정에 관한 근거이론 연구」에서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조건부 수급자들이 왜 탈수급을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는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 탈수급은 단순히‘자활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연구에서는 수급자의 선택을‘탈수급 의사결정형’,‘조건부 탈수급형’,‘중도포기형’,‘제도의존형’이라는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먼저‘탈수급 의사결정형’은 수급기간을 자립을 준비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사람들이다. 자활사업을 통해 일과 기술을 익히고 자신감을 쌓으면서 취업이나 창업 등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려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격취득과 직업훈련, 취업연계, 자산형성 등 실제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마지막 연결고리다.
‘조건부 탈수급형’은 일할 의지도 있고 탈수급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취업 후 얻을 소득과 현재 받을 수 있는 급여·지원 등을 비교하면서 탈수급 이후의 생활을 걱정한다. 현재는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의 선정기준이 각각 다른 맞춤형 급여체계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이들에게는 “탈수급하면 무엇을 잃는가”보다 “소득이 늘어나면 어떤 급여가 어떻게 달라지고 어떤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상담이 중요하다.
‘중도포기형’은 처음에는 탈수급 의지가 있었지만 연령과 건강, 돌봄부담, 직업능력, 노동시장의 현실 등을 경험하면서 의지가 약화된 경우다. 일반 노동시장으로 나가더라도 안정적인 일자리와 충분한 소득을 얻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현재의 수급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과 가족에게 더 안전한 선택일 수 있다. 이를 단순히 ‘자활의지가 부족하다’고 평가하기보다는 개인의 여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노동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제도의존형’은 새로운 도전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더 안전하게 생각하는 유형이다. 장기간의 빈곤과 반복된 실패 경험, 낮은 자신감, 가족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취업을 재촉하기보다 사례관리와 심리·정서적 지지, 생활안정, 작은 성공 경험을 쌓도록 돕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제도는 많이 달라졌다. 맞춤형 급여체계가 도입됐고 자활사업에서도 Gateway 과정을 통한 개인별 자립계획과 자활경로 설정, 자산형성지원 등 다양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탈수급을 선택하거나 망설이는 이유가 다르다는 점은 여전히 중요하다. 따라서 자활정책도 한 단계 더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 탈수급 의지가 높은 사람에게는‘기회’를, 망설이는 사람에게는‘안전장치’를, 중도에 포기하려는 사람에게는‘현실적인 경로’를, 아직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회복과 준비의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정책의 성과 역시 단순한 ‘탈수급률’만으로 판단해서는 부족하다. 한 사람이 수급자 명단에서 빠졌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부조 밖에서도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하며 다시 빈곤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취업 지속기간과 근로소득의 변화, 자산형성, 탈수급 이후의 생활안정과 재수급 여부 등 ‘지속가능한 자립’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의 자활정책은 모든 수급자에게 똑같이“왜 탈수급하지 않는가”라고 묻기보다“이 사람은 왜 탈수급을 망설이고 있는가”를 먼저 묻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근로능력과 의지만이 아니라 건강, 가족돌봄, 부채, 주거, 직업능력, 지역의 일자리 여건과 탈수급 이후의 생활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탈수급은 복지지원이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과정이어야 한다. 10여 년 전 연구에서 확인했던 네 가지 탈수급 유형을 오늘의 복지현장에서 다시 살펴봐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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