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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130여 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거대양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자 여기저기서 ‘제3지대’ 신당 창당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여당발(發) ‘이준석 신당’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보수신당 창당 일정까지 제시하며 몸값을 키워 왔다.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은 지난 26일 대구를 찾아 세 결집에 나섰다. 이준석 신당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가 될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좀처럼 탄력이 붙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이준석 대표가 말로는 신당 창당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건 그런 이유다. 따라서 이준석 신당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물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준석 대표가 “대구의 12개 지역구 중 절반 이상이 물갈이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라고 예견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한마디로 여당 공천 탈락자들을 ‘이삭줍기’ 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면 신당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여당 공천을 받지 못하는 의원들이 경쟁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당무감사 결과 하위권에 속하는 당협위원장 46명을 공천관리위원회에 총선 공천 배제 대상으로 보고하기로 했다. 공천 배제 비율은 22.5%로 약 5명 중 1명인 셈이다. 하위 46명에 포함되지 않은 현역의원들 가운데서도,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보다 개인의 지지도가 현격히 낮은 경우 공관위에 권고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컷오프되는 하위 22%나 개인 지지율이 정당 지지율보다 현저히 낮은 의원이 무슨 경쟁력이 있겠는가.
설사 이준석 신당이 창당되더라도 ‘공천 탈락자 집단’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을 게 불 보듯 빤하고 경쟁력이 없어 총선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최근에 급부상한 야당발 ‘이낙연 신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 체제를 작심 비판하면서 비명(비이재명)계 중심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놓았다.
이 전 대표는 28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 주최 행사에서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는 항상 골똘하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제3지대 정치세력에 대해선 "문제의식과 충정에 공감한다"라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이 한마디가 정치권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신당론을 일축하지 않았다는 것은 창당을 염두에 둔 비명계 규합 신호탄을 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이낙연계 원외 인사들은 신당을 준비 중이고, 이낙연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윤영찬 의원이 당내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에서 활동 중이란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만약 공천 과정에서 비명계가 대거 탈락한다면 이낙연 신당론의 동력은 금세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걸 기대한다면 문제다.
결국, 이준석 전 대표가 영남권 공천 탈락자들을 모아 이준석 신당을 만들겠다는 생각인 것처럼 이낙연 전 대표 역시 호남권 등 민주당 공천 탈락자들을 이삭줍기해 당을 만들겠다는 생각인 모양인데 과연 그런 정당을 국민이 지지할까?
이낙연 전 대표가 정말 신당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지녔다면, 이준석 전 대표처럼 뜸을 들이지 말고 지금 결단해야 한다.
이미 사당화된 민주당에 희망이 없다면, 지금 탈당하고 새로운 당을 만들라는 것이다. 나중에 공천 탈락 조짐이 보인 후에 뒤늦게 그런 자들을 모아 탈당하고 신당을 만든다면 ‘이삭줍기’ 정당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정말 신당 창당의 의지가 있다면 공천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래야 ‘공천 탈락자 집단’이라거나 ‘이삭줍기 정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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