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동반 해외여행' 위장 30만명분 마약 밀반입

이대우 기자 / nice@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10-29 16: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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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피하려 아이 손잡고 입국... 35억어치 들여와
30대 전달책ㆍ국내유통책ㆍ드라퍼 등 4명 구속송치

[시민일보 = 이대우 기자] 필리핀에서 30만명 투약 분량의 마약류를 배낭에 숨겨 들어온 30대 남성과 유통·운반책 등이 적발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9일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한 A(33)씨와 이를 국내에 유통한 B(45)씨 등 2명, 운반책(속칭 드라퍼) C(21)씨 등 4명을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6~9월 네 차례에 걸쳐 필로폰 6.643㎏, 케타민 803g 등 마약류를 필리핀에서 국내 밀반입한 뒤 일부를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들여온 마약류는 30만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시가 약 35억원 상당이다.

A씨는 아내 및 7세·8세인 두 아이와 함께 여행객인 양 가장해 필리핀으로 출국, 현지 호텔 앞에서 마약류가 담긴 배낭을 전달받아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파악됐다.

배낭 안쪽 천을 절단해 필로폰을 펼쳐 넣은 뒤 다시 봉제하고 그 위에 망고칩 등을 넣어 필리핀 공항의 엑스레이 검사에 걸리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또한 인천공항 입국 때는 아이와 손을 잡고 배낭은 멘 채 들어와 세관 당국의 의심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B씨 등 2명은 A씨가 경북 경주 한 야산에 숨겨둔 배낭을 찾아 이를 1g씩 소분하고 절연 테이프로 개별 포장한 뒤 경기 수원의 한 공원 땅속에 묻은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이를 찾아와 서울·경기·충청 등 지역 주택가 소화기, 분전함, 보일러 등에 숨겨놓고 찾아가도록 하는 '던지기 수법'으로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로부터 필로폰을 구매해 투약한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 20대 여성 접객원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지난 9월 이 여성의 필로폰 투약 자수를 단초로 수사를 확대해 A씨 등을 차례로 검거했다.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총책 등 윗선과 나머지 운반책, 매수·투약자를 쫓는 한편 범죄 수익금이 흘러간 경로도 추적 중이다.

강남서 관계자는 "가족여행을 가장해 해외로 나가 마약류를 국내에 들여오고 유통한 범행이 발각된 것은 처음"이라며 "이런 수사 내용을 인천 공항 세관에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김동수 강남서장은 "국민의 평온한 삶을 파괴하는 마약류 범죄에 대해 철저한 수사로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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