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8-06 18:17:38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70일간의 추억’ 뒤로한 채 중국行 지금까지 인화한 사진만 19통이었고 앞으로 인화를 할 사진이 30통이 남아있으니 찍어놓은 사진만 조그마한 배낭으로도 부족했다.

배낭여행의 첫 번째가 가벼운 배낭을 준비해야 하는데 지인을 통해서 많은 사진들을 서울로 보낼까 하다가 나에게 꼭 필요한 자료인 만큼 무겁기는 하지만 일주일 정도 기차를 타고 서울로 넘어가는데는 어렵지 않을 것 같아 사진을 가지고 가기로 했는데 만만치 않은 짐이었다.

배낭을 차곡차곡 정리하면서 그동안 70여일에 걸친 기차여행을 돌이켜보며 동쪽으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리면서 둥글게 밝아오는 달을 바라보며 조금씩 가을을 준비한다.

동쪽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있다.

밤 22시를 향하는 지금 조금전 알마타 2역을 20시 36분에 출발해 알마타 1역을 빠져나가면서 창 밖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2박 3일을 달려 수요일 오전 07∼08시에 중국의 우루무치에 도착을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 중국측에서 보내준 기차를 타고 가는 덕택에 소름이 끼치도록 빵빵하게 나오는 에어컨을 실컷 맞으며 그동안 센츄럴 아시아를 돌아보며 무더위의 기차여행에 지쳤던 몸을 마음껏 식히며 가고있다. 라야의 상큼한 키스를 두방씩이나 선물 받고는 기분 좋게 카자흐스탄을 떠나고 있다.

지난 7월초 카스피해의 아크타우에서 만났던 김종훈 교수와 어젯밤 늦게 전화통화를 하니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만나고 가야한다며 신신당부의 말씀을 하셨다.

오전 11시 30분에 김종훈 교수의 아파트에 도착하니 조그마한 아파트의 한쪽 벽면에는 온통 책들로 가득했다.
북한에서 모스크바로 유학해서 일본어를 전공했고 지금은 대학에서 노동과 사회관계를 가르치시는 교수님답게 일본에 관련된 책부터 시작해 러시아· 까작· 한국· 유럽에 관련된 책들이 빼곡이 쌓여있는데 바라만 봐도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한쪽에는 최신형 LCD 컴퓨터가 자리잡고 있는데 가까운 일본 친구로부터 얼마 전에 선물을 받은 것이라 했으며 나이가 70이나 되신 분이 좋아하는 노래를 모아놓은 CD만도 1000여장이 넘었다.

사모님께서 준비해주신 각종 과일과 서울에서나 맛볼 수 있는 순대부터 구수한 두부찌개까지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음식을 준비해 놓으시고는 비행기 타고 편하게 가면 좋을걸 일주일씩이나 걸리는 기차를 타고 가려면 배불리 먹고 서울로 출발하라 말씀하시면서 그동안 아름다운 색싯감 알아볼 테니 다시 알마타에 오거든 잊지 말고 꼭 다시 집으로 찾아오라는 두분의 수수한 삶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