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 되살린 전설같은 공포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8-13 18: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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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3: 여우계단 영화예고 뒷마당에서 기숙사로 향하는 계단은 ‘여우계단’으로 불린다. 간절한 소원을 품고 28개의 계단을 오르면 맨 마지막에 29번째 계단이 나타나고, 여우에게 소원을 말하면 들어준다는 전설을 담고 있다.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제작 씨네2000)은 교복 차림의 소녀가 한밤중에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오른 뒤 “여우야, 여우야, 영원히 함께 있게 해줘”라고 비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화의 무대는 예술여자고등학교. 감수성과 재능이 번득이는 학생들이 즐비한 만큼 욕망의 대결도 불꽃을 튀기고 좌절의 그늘도 훨씬 짙다.

발레리나 출신 엄마를 둔 소희는 얼굴과 몸매도 빼어나고 무용 솜씨도 발군이다.

그와 무용반 단짝인 진성은 피나는 노력을 거듭하지만 소희에게 밀려 2등을 벗어나지 못한다. 서울발레콩쿠르에 나갈 학교 대표를 뽑는다는 공고가 나붙자 남몰래 여우계단을 올라 콩쿠르에 나가게 해달라고 빈다.

친구들로부터 놀림 당하던 미술반 뚱보 혜주가 여우계단에서 소원을 빈 뒤 놀랄 만큼 살이 빠졌다는 고백을 들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여학교마다 계단을 오르며 여우에게 비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났다는 소문도 들며 “난 너만 있으면 돼”라는 대사도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이야기는 힘을 잃고 만다. 줄거리가 너무 단선적이고 복수의 방법도 지나치게 뻔하다. 제1편은 영화적 재미 말고도 성적지상주의나 교사의 성희롱과 체벌을 폭로하는 성과를 거뒀다.

제2편은 동성 친구간의 사랑과 배신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전면으로 끌어냈다는 칭찬을 받았다. 이번 3편이 아쉬운 까닭도 바로 ‘또다른 그 무엇’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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