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 껍데기에 담은 사랑·평화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9-30 17: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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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선-레인보우 프로젝트’展 90년대 초 프랑스에서의 활동을 시작으로 1993년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던 작가 김유선(1967년생)이 자신의 네 번째 개인전인 ‘김유선-레인보우 프로젝트’전을 카이스갤러리에서 열어 화제다.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김유선-레인보우 프로젝트’전은 작가가 추진하고 있는 레인보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서, 이 프로젝트는 6월에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고아원에서 이미 시작됐다.

고아원에 수용된 중증의 장애아, 정신지체아들의 그림을 벽화로 옮겨 그려준 작업을 출발점으로 한 레인보우 프로젝트의 목적은 세상 속에 무지개를 설치함으로써 인간과 인간의 만남, 사랑과 용서, 더 나아가서는 세계 평화를 촉구하는 데 있다.

김유선의 무지개 프로젝트는 타슈켄트 고아원의 장애아들, 하와이 한국이민 1세대인 picturebride, 한국 최초의 민영교도소가 될 아가페교도소의 수감자들에게 이어져 질병과 고통·분쟁이 있는 곳에 사랑과 희망을 연결시켜주는 다리가 될 것이다.

이번 개인전은 레인보우 프로젝트의 취지를 널리 알리고 프로젝트 작업을 중간 점검할 수 있는 계기로서, 전시도록과 함께 프로젝트의 관련자료와 사진 등을 수록한 화집이 출판된다.

출판물 외에도 다큐멘터리 영화 등으로 기록될 레인보우 프로젝트는 앞으로 계속 이어지며 세계 곳곳에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먼저 이번 전시는 지난 10여년간 ‘오래된 바다’, ‘블루 아이스’, ‘레인보우’ 등의 연작을 통해 자개를 재료로 한 작업에 꾸준히 매진해 온 김유선의 네 번째 개인전이다. 바다, 자연, 우주를 면면히 흐르는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확장을 일관된 신념으로 탐구해 온 작가에게 이번 전시는 기존의 자개 작업의 확장과 새로운 변화의 출발점이 될 뜻깊은 자리가 되고 있다.

김유선은 자연의 깊이와 시간의 흐름을 자개라는 독특한 재료를 통해 꾸준히 탐구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회화 고유의 매체인 붓과 안료 대신에 자개를 재료로 사용한 그녀의 작품은 전통 재료를 회화에 과감히 도입하고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미술과 공예의 경계선 상에 위치한 새로운 영역을 제시한다.

조개껍질을 세공하고 잘게 조각내어 하나하나 붙여가며 완성하는 작업과정에는 오랜 시간과 세밀한 수공이 수반된다. 마치 자개로 수를 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그녀의 작품은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전통적 수작업에 대한 경외감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외 미술계에서 호평을 받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 즉 손맛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직경 2미터가 넘는 신작 ‘레인보우’는 오색영롱한 빛을 화려하게 발하는 재료 자체의 매력이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한다.

또 갤러리의 화이트 큐브 공간을 각기 다른 개념으로 해석하는 작업이 돋보인다. 평면을 벽이나 바닥에 놓는 이전까지의 단순한 구성에서 벗어나 빛과 물에 의한 변주가 이뤄지는 입체와 설치 작업이 그것이다.

물이 가득한 직육면체의 대형 자개 연못을 설치하고 그 위에 반사되는 빛으로 잔잔한 파도 물결 같은 일렁임을 만들어 내게 된다. 자개의 원형, 즉 조개껍질의 고향인 바다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 상태,

그 고요한 관조적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다. 빛과 물이라는 비물질적 요소를 도입한 이같은 경이로운 공간체험은 미적 차원을 넘어 종교적 차원으로까지 승화될 것이다.
문의 02-511-0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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