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2명의 불청객-양윤근과 부종운의 초라한 얼굴에도 활기가 감돌기 시작했고, 움츠렸던 어깨들은 눈에 띄게 빠릇이 도드라졌다.
한라산 북쪽 ‘목안’땅 ‘함주’에서 천릿길도 멀다 하지 않고 남쪽 ‘대정’땅 한남마을까지, 단숨에 달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안도감을 갖게 된 데 대해 무척 기쁘고 흐믓해 하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기 때문이겠다.
“제가 주제 넘게 횡설수설 긴말을 늘어놔서, 선배님들로부터 꾸지람을 듣는 게 아닐까 하고 무척 걱정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선배님들께서 제 얘기 들으시고 선뜻 호응해주셔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릅니다. 날개가 있다면 하늘을 훨훨 날고픈 심정이라구요.
아닌게 아니라 우리는 지금 안이한 자세로, 민족반역자들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여겨집니다. 그자들은 교활하고 악랄한 자들이지요. 그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지푸라기 붙잡는 심정으로, 주둔 미군의 바짓가랑이에 한사코 손발 비벼대며 아첨하는 그자들을, 순진하기 짝없는 민중들에게보다 팔이 그자들 쪽으로 휘어질 것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권리를 주장하는 대다수민중의 눈엣가시, 아니 미운 오리새끼 대접을 받게 마련이니까요. 지혜를 모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에 또 제 얘기는 이쯤하고, 먼데서 오신 두 분에게 말씀하실 기회를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만만찮은 사연이 있어서 오신게 아닌가 싶거든요!”
서병천은 문득 생각난 듯 잘나가던 얘기의 줄거리를 슬그머니 거두면서, 조심스럽게 고정관·조용석·이만성의 심중을 떠봄과 동시에, 곁눈으로 양·부 두 사람의 얼굴도 훑어보았다.
이때 양·부 두 사람은 눈이 빠지게 기다렸노라는 듯, 고개들을 치켜들며 숨막히는 마른기침을 터뜨렸다.
“좋아요. 그러잖아도 이제나 저제나 하고, 짬이 나기를 기다려온 참이오. 할 얘기가 많은 것 같으니 차분히 귀 기울여봅시다. 그럼, 두분 중 어느 분이 먼저 얘길 하시겠소?”
고정관이 사회자가 된 기분으로 방안의 동지들을 향해 짤막하게 선언하고, 낯선 방청객들에게 발언권을 넘겨주었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양윤근이 손을 번쩍 치켜들며, 동행자인 부종운의 뜻을 타진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허겁지겁 앞으로 나섰다.
힘줄이 불룩 솟은 얼굴은 매우 격앙되어 있었고, 거쿨진 목소리는 들뜰 대로 들떠 있었다.
태풍이라도 몰고 올 것처럼 심상찮은 분위기여서, 방안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궁금증과 기대감에 부풀어 버렸다.
“저는 지혜로운 편이 못되고, 한번 해야겠다는 일에 대해 물과 불을 가릴 겨를 없이 후닥닥 해치우는 성격, 그게 큰 약점인가 봅니다.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기라성같이 이곳에 진을 치고 계신 줄 알았더라면, 신발 신을 겨를도 없이 진작 달려왔을 겁니다.
저희 두 사람은 막상 어려운 고비에 처하고 보니 ‘고립무원’이구나 하는 절박한 현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가 있었으니까요.
어느 누구의 지시나 도움을 받을 입장이 되어있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일을 독단적으로 해치운 셈이지요.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이지를 선배님들께서 명쾌하게 판가름해 주셨으면...” 여기까지 말하고, 양윤근은 얄미운 눈초리로 방안의 얼굴들을 조롱이라도 하듯 노려보는 것이었다.
궁금증을 잔뜩 돋운 다음, “우두머리급 친일파 하나 골로 보냈습니다. 부종운 군과 힘을 합쳐서...” 양윤근은 말문이 막힌 듯 엉거주춤 끄트머리를 흘렸다.
죽였다는 얘긴가 뭔가? 방안의 사람들은 윗몸을 들썩이며 안달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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