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투사 서원형 노인의 눈에 눈물이 괴었고, 목소리는 서글픈 가락으로 곡소리처럼 울려퍼지고 있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조국광복-민족해방을 맞았습니다. 오늘을 못보고 눈을 뜬채 저 세상으로 떠나가 버린 한 많은 항일투사 제위의 얼굴을 떠올리는 이 시점에서, 아직 죽지 못하고 오늘을 보게 된 이 서원형은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볼 낯이 없습니다.
죽어도 함께 죽고 살아도 함께 살자해 놓고 하늘아래 둘도 없는 이 겨레의 원수 일본제국주의를 우리의 손으로 때려잡지 못하고, 노예와 같은 치사하고 더러운 삶을 살아온 이 서원형은, 정말 부끄럽고 슬프고 가슴이 미여질 것처럼 아픕니다.
여러분의 할아버님들도 지하에서 나와 같은 심정에 젖어있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지워버릴 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인간의 삶과 죽음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몫이요 운명이지만, 남기고 지워지는 한(恨)의 부피와 무게는 똑같을 수가 없다는 사실을 나는 70고개를 넘기면서 똑바로 익히고 절실하게 깨달을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법정사 항일투쟁’을 공치사로 내세울 필요는 없어도, 자손만대에 명예요 교훈임에 틀림이 없다는 대목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미국-영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기에, 우리 민족은 조국을 되찾고 자주독립에의 광복을 보게 된 것 아닙니까? 그러나 조국을 되찾기 위한 밑거름으로 3·1운동이 한몫을 거든게 사실이었고, 3·1운동에 도화선 구실을 한 ‘법정사 항일투쟁’의 횃불과 함성과 피와 죽음이 제물로 바쳐진 사실을, 나는 감히 3천만 동포에게 심금을 울려주소 싶습니다.
자, 여러분! 모두 일어서서 옷깃 여미고, 먼저 가신 님들의 갸륵한 희생정신과 빛나는 발자취를 기리기 위해 경건한 마음으로 묵념을 올립시다!”
손수건 꺼내 눈물을 닦으며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서노인이 제안을 했다. 강연장안의 모든 사람들이 앞다투어 일어났다.
곧 서노인의 ‘묵념’이라는 구호가 떨어지자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숙연해졌고, 엄숙한 묵념이 심금을 울리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묵념이 끝나자 서노인의 열변은 이어졌다. 여전히 슬픈 가락이었다.
“우리의 항일투쟁은 비록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 했어도 실패작이 아니었다는 대목을, 서슴없이 내세울 수 있다고 나는 장담하고 싶습니다.
수확면에 있어서 누가 뭐라고 해도, 반타작 반성공을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반면에 우리의 희생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었습니다. 왜놈들의 간담이 서늘했고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했음을 왜 모르겠습니까?
천인공노할 진압작전 끝에 수많은 항일투사들이 붙들려 들어가서, 가혹한 온갖 고문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 중 65명이 구속기소되어서 재판을 받았고, 33명은 3년에서 최고 10년형을 선고받았으며, 벌금형 14명 불기소처분 18명이라는 잔혹한 보복을 당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물고문과 몽둥이 고문으로 목숨을 잃은 동지도 한 두사람 아닌 다섯사람이었다고 하면, 여러분도 짐작이 가겠지요? 이제 더 이상 목이 메어 말을 이어나갈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을 대하니 하고 싶은 말은 무궁무진 끝이 없지만, 오늘은 이것으로써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질문할 사람은 질문해 주세요!”
서노인의 30분 남짓 걸린 연설은 끝났지만, 그는 연단위에 선채 질문 받는 순서로 들어갔다. 장내가 약간 술렁거리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강연을 들으면서 수첩에 메모했던 사람들 중에 메모 내용을 훑어보면서 질문을 서두르느라 북적거리게 된 때문이었다.
잠시후 30대 사나이가 굳어진 얼굴로 번쩍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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