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화면속 떠오르는 형상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4-19 18: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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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씨, 獨 베를린서 30년만에 ‘글로벌…’ 개작전 열어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72)씨가 자신의 예술활동을 되돌아보며 종합한 신작 `글로벌 글로브 2004’ 전시회가 지난 17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됐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베를린 분관에서 처음 선보이는 이 작품은 지난 1974년 뉴욕에서 초연되며 세계 비디오 아트사에 전설적 고전으로 기록된 `글로벌 글로브 1974’를 30년 만에 개작한 것이다.

거대한 멀티비전 화면들에는 무용가와 음악가, 행위예술가 등의 공연과 인터뷰 장면, 한국 전통 공연,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등 유명 인물을 다룬 뉴스와 드라마, 광고 등 그야말로 다양한 영상들이 등장한다.

온갖 `세계의 흔적’들이 클래식과 팝음악 재즈, 소음 등으로 버무려져 때로는 번쩍거리며 때로는 고요하게 관객들의 눈과 귀를 자극한다.

신예 전위 예술가이자 비디오 아티스트로서 명성을 쌓아가던 청장년 시절의 백씨가 지난 1960~1970년대에 발표했던 여러 작품들도 삽입돼 있다.

존 케이지, 머스 커닝햄, 알렌 긴즈버그, 요셉 보이스 등 그와 절친했던 각 분야의 세계적 전위예술가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백 씨는 이에 대해 “옛날 작품들만 따로 모아서 제2의 고향, 예술의 고향인 독일 전시회에 맞춰 요즘의 내 생각대로 다시 구성한 것”이라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지난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유증 때문에 몸의 왼쪽이 마비되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는 16일 휠체어에 앉아서 한 짤막한 기자회견을 통해 외마디 소리로 절규하듯이 독일어로 외쳤다.

“요셉 보이스를 아는가? 존 케이지를 아는가? 나는 독일서 그들을 만났다. 그들은 나의 스승이고 친구였다. 이제 독일에 돌아왔다.”

독일은 그가 청년 시절 도쿄대학을 마치고 건너와 전위예술 운동그룹 플럭서스와 운명적으로 만나고 자신의 예술 스승으로 삼고 동지처럼 함께 활동했던 존 케이지와 중요한 공연 파트너였던 요셉 보이스 등을 만난 곳이다.

평생 예술 동지가 된 첼리스트 출신의 여성 전위 예술가 샬롯 무어맨도 케이지가 소개했다.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뒤에도 그는 독일에서 인연이 된 이들과 끊임없이 교류했다.

한편 오는 7월9일 까지 계속되는 전시회와 병행해 베를린의 에술영화극장 아르제날에서는 내달 1일부터 두 달 동안 백 씨의 역대 주요 비디오 작품들과 그와 활동했던 다른 작가들의 영상물을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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