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소용돌이 헤쳐온 한 사나이의 인생 역정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5-16 19: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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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감독’ 임권택의 99번째 영화 `하류인생(下流人生)’이 오는 021일 관객에게 선을 보인다.

태흥영화사 대표 이태원과 촬영감독 정일성 등 `노장 트리오’가 손을 맞잡은 것은 예전과 다름이 없지만 `취화선’과 `춘향전’ 등 200∼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던 시대배경은 1960∼1970년대로 `현대화’됐다.

`춘향뎐’에서 발탁한 조승우가 주연을 맡은 `하류인생’은 도도한 역사의 탁류를 온몸으로 자맥질하며 헤쳐온 한 사나이의 젊은 시절을 그린 것.

한국의 소리와 그림의 아름다움을 스크린에 되살려냈던 노장의 손길은 한국적 액션을 표현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한국인의 정한(情恨)과 예술혼에 주목하던 눈길은 역사의 흐름에 몸을 내맡긴 사내의 인생으로 옮겨갔다.

이야기는 1957년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시작된다.

고교 3년생 태웅(조승우)은 친구의 복수를 위해 이웃 학교에 찾아가 매서운 주먹 솜씨를 보이나 학교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을 보다 못한 승문(유하준)의 칼을 맞는다.

태웅은 허벅지에 칼을 꽂은 채 승문의 집으로 찾아가 승문에게 직접 칼을 뽑으라고 소리치고 이 일을 계기로 승문의 누나 혜옥(김민선)을 만나게 된다.

승문의 아버지 박일원의 국회의원 선거 유세장을 찾았다가 자유당의 사주를 받은 정치깡패가 난입해 아수라장이 되는데 혜옥까지 동대문파 소속의 살모사에게 봉변을 당하자 태웅은 그를 한방에 제압한다.

이 일로 명동파 중간보스로 영입된 태웅. 빚을 받아주는 해결사 노릇을 하며 생계를 잇던 그는 박일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혜옥과 결혼하고 4ㆍ19와 5ㆍ16으로 깡패 조직이 와해됨에 따라 영화업에 뛰어든다.

제작자가 영화에 손을 떼면서 제작을 떠맡게 된 그는 여배우의 잦은 출연 펑크와 제작비 부족 등 온갖 어려움을 뚫고 첫 영화를 완성하나 공연윤리위원회의 가위질로 참담한 실패를 맛본다.

빚더미에 앉은 태웅은 깡패 선배였던 오상필(김학준)을 찾아가 군납 건설업자들의 담합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빼어난 일처리 솜씨로 승승장구하는데 역사의 격랑은 그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

시대배경과 줄거리는 흡사 `장군의 아들’과 `모래시계’를 합쳐놓은 듯하다.

꼼꼼한 세트와 소품은 `시간여행’을 떠나는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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