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특조위, 피해자 실태조사 발표

여영준 기자 / yyj@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03-15 04: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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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만성울분··· 경제피해액(최대 추정치) 539억"

[시민일보=여영준 기자]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피해자 10명 중 7명이 지속해서 만성적 울분 상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특조위 건물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조위 의뢰를 받은 한국역학회는 지난 2018년 10월2일∼12월20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신청해 판정받은 4127가구(5253명) 중 무작위로 추출한 100가구를 방문해 신체·정신·사회경제·심리적 피해를 심층 조사했다.

가습기 참사 이후 피해 가구를 직접 방문해 심층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성인 피해자의 약 66%가 지속되는 만성적 울분 상태를 보였고, 이 가운데 절반은 중증도 이상의 심각한 울분을 호소했다.

중증도 이상의 울분의 경우 일반인보다 2.27배 높은 수준으로, '울분의 자기파괴적 영향'이 우려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살균제 노출 이후 새로 생긴 성인 피해자의 정신 건강 문제는 우울·의욕저하(57.5%), 죄책감·자책(55.1%), 불안·긴장(54.3%) 순이었다.

특히 자살 생각이 27.6%, 자살 시도가 11.0%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일반 인구보다 각각 1.5배, 4.5배 높은 수준이다.

사회적 지지·연결망 설문조사 결과, '10명 이상의 이웃과 인사하고 지낸다'에 대한 응답률이 일반 국민보다 1.4배 모자라는 등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확인됐다.

또한, 피해자들의 사회적 연결망 밀도는 0.3으로, 일반 국민(0.5)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는 피해자가 잘 알고 있는 소수 가까운 사람들에게 의지하는 정도가 일반 국민보다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책임자인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이런 결과는 우리나라 정신 질환 실태 역학조사에서 나타난 일반인 조사(평생 유병률)보다 굉장히 높은 것"이라며 "특히 자살 시도가 11%에 달하는 점은 이들 집단에 대한 자살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조사한 100가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경제적 피해비용은 적게는 125억8000만원, 많게는 539억8000만원으로 추산됐다.

피해자들이 공식적으로 피해를 인정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년 이상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82.3%가 피해 판정결과 통보까지 걸린 시간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판정 결과 통보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설명히 충분히 이뤄졌다고 답한 비율은 6.8%에 불과했다.

한국역학회는 조사 대상이 100가구에 불과한 만큼 심층 분석은 어려웠지만, 전면적 본조사를 앞둔 예비조사에 준하는 결과로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교수는 "정부의 건강피해 인정 질환과 실제 피해자들이 진단받은 질환과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증후군'이라는 개념을 새로 정의해 폭넓게 피해를 인정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획기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전원 특조위 지원소위원장은 "가습기 피해 실상이 정부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한 것으로 드러난 이상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제 정부가 답할 차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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