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물류, ‘성접대·뇌물’ 의혹에 ‘상생’으로 태세전환…‘배차 갑질’ 직원 꼬리 자르기?

여영준 기자 / yyj@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05-04 06: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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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일보=여영준 기자] 화물연대 노조에 가입한 화물차 운전기사 수십 명에 대한 계약을 해지하면서 촉발된 농협물류와 화물노동자들의 갈등이 한 달여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농협물류는 지난달 26일 19시 30분경 화물배송기사들과 상호 협의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계약이 이뤄지지 못했던 35명의 지입기사 전원과 재계약하고 운송료를 5% 인상하기로 한 것이 협상안의 골자다.

강남경 농협물류 대표이사는 “난항 끝에 합의를 이끌어낸 만큼 앞으로는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25일부터 농협물류 전 사업장에 대한 고강도 감사에 착수했으며 감사결과 갑질 행위 등의 문제점이 적발되면 특별감사로 전환해 고발 등 법적조치를 포함해 무관용·일벌백계로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안성농식품물류센터를 폐쇄하고 화물차 기사들에게 손해배상까지 요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던 농협물류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은 ‘성접대·금품’ 상납 기사가 보도되면서 궁지에 몰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달 24일 농협물류 본사 직원들이 배차 코스를 빌미로 화물 기사들에게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성접대를 포함해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아왔다는 폭로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평택농협물류분회(평택분회) 관계자들은 농협물류 본사 직원들이 평택물류센터에서 일하는 화물 기사들로부터 2015년 11월께부터 2018년 8월께까지 3년 동안 수천만원에 달하는 접대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평택물류센터에 파견돼 화물 기사의 배차코스를 정해주는 업무를 맡은 대리와 주임급 직원들이 현금 등을 상납할 것을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평택분회 소속 화물기사 ㄱ씨는 “보통 센터에 1명 정도의 배차 담당 직원이 내려오는데, 이 직원들을 상대로 접대가 이뤄졌다. 2015년께 한아무개씨에게 본격적으로 현금, 상품권, 술값 등을 줬고 이후 한씨의 후임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관행처럼 접대를 이어왔다”고 말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접대 비용은 1인당 최대 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ㄱ씨는 “화물 기사들이 조직적으로 돈을 각출해 본사 직원에게 적게는 200만~300만원, 많게는 2000만원 상당의 접대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접대 비용에는 성매매 비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직원들과 ‘성매매 여성’이 나오는 단란주점에 간 적도 몇 번 있고 대리급 직원 2명은 각각 1~2차례 ‘2차’까지 갔다”고 털어놨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 노동자 신분인 농협물류 화물 기사들은 ‘갑’인 본사 직원들을 접대하지 않으면 돈이 안 나오는 배차코스를 배정받는 구조 탓에 어쩔 수 없이 상납을 해왔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화물연대 소속 ㄴ씨는 “화물 기사에겐 어디로 운송을 가느냐가 월 수입을 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고 배차 담당 직원들은 사실상 배차코스를 짜는 전권을 쥐고 있다. 접대 여부에 따라 월수입 차이는 200만원 이상 벌어진다”고 말했다.

접대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농협물류 본사 직원들은 모두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은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농협물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농협물류에서 본사 직원들의 배차 갑질을 확인한 것으로 안다”며 “화물기사들이 성접대·금품 상납 외에 또 다른 비리를 폭로할까봐 서둘러 협의안에 사인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농협물류 고강도 감사를 실시하는 등 등 준법경영 강화를 선언한 것은 비리 직원 퇴출을 기정사실화해 화물기사들 달래기에 나섰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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