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와 평가전을 치르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허정무 감독(54)이 23명의 소집명단을 발표, 향후 주전경쟁 구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6월 2010남아공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뒤 처음으로 발표된 이번 대표 소집 명단은 '캡틴'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결장이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동안 리그에서 맹활약했던 국내파와 해외파가 적
절히 조합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허정무호의 안방마님 이운재(36. 수원)부터 새내기 스트라이커 조동건(23. 성남)까지 그 누구도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허 감독은 지난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소집명단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들 모두 경쟁에서 승리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했다.
허정무호는 오는 9일 낮 12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 이날 오후부터 파라과이전 필승 담금질에 돌입한다.
▲GK - 정성룡·김영광, 이번에는 이운재 넘을까?
지난해 2010 남아공월드컵 3차예선을 치를 때만 해도 정성룡(24. 성남)은 부동의 주전 수문장이었다.
그러나 이운재가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최종예선 2차전부터 허정무호에 승선하자 경쟁구도는 급격히 기울었다.
파라과이전을 통해 A매치(국제경기) 120회 출전 달성을 노리는 이운재는 그동안 관록에서 우러나오는 안정감을 바탕으로 최종예선 2차전부터 8차전까지 부동의 수문장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올 시즌 수원의 부진과 맞물려 이운재의 활약도 빛이 바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성룡과 또다른 경쟁자 김영광(26. 울산)이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골키퍼 기량으로서 이운재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는 정성룡과 김영광(26. 울산)은 이번 파라과이전을 발판으로 경쟁구도 지각변동을 노리고 있다.
▲DF - 중앙수비는 '파워vs지략', 풀백은 '패기vs노련미'
중앙수비수 자리를 놓고 강민수(23), 조용형(26. 이상 제주), 이정수(29. 교토상가), 김형일(25. 포항), 이강진(23. 부산)이 피말리는 경쟁에 돌입한다. 강민수, 조용형이 지략을 앞세운 중앙수비수이라면, 이정수, 김형일, 이강진은 대표적인 파이터형 수비수이다.
그간 허 감독은 상대에 따라 힘 또는 지략을 앞세운 중앙수비라인을 구축했지만, 본선 준비과정에서는 양자 조
화 및 중원과의 연결 궁합에도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 점차 기량을 되찾고 있는 강민수가 파라과이전에서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지가 향후 주전경쟁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풀백 자리는 오범석(25. 울산), 최효진(26. 포항), 이영표(32. 알 힐랄), 김동진(27. 제니트) 등이 경합한다. 이들 중 노련미가 돋보이는 이영표가 좌우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어 경쟁에서 한발짝 앞서 있다.
오범석과 최효진은 오른쪽, 김동진은 왼쪽 측면에서 주로 활약해온 자신들의 한계를 패기로 극복해야 한다.
▲MF - 박지성·이청용 빠진 양 날개, '춘추전국시대'
프리미어리그 개막을 앞둔 박지성과 볼튼 원더러스와의 계약이 임박한 이청용(21)이 빠져 좌우 측면에 공백이 생겼다.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자리는 왼쪽 측면 미드필더 자리로, 신구 황태자인 염기훈(26. 울산)과 김치우(26. 서울)이 사생결단을 내야 할 판이다.
염기훈은 지난해 중국 충칭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두 경기 연속골을 쏘아올리며 허 감독에게 대표 사령탑 부임 후 첫 국제대회 우승을 안겼고, 이후에도 주전으로 활약하며 황태자 칭호를 받았지만 부상 악재로 최근에서야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치우는 리그에서의 실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다가 허 감독에 의해 발탁돼 최종예선에 출전, 4월 1일 북한전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성공시키는 등 점점 주목받고 있다.
정교한 프리킥으로 '왼발의 스페셜리스트'라는 별명을 가진 염기훈과, 공수 양면에서의 안정감이 장점인 김치우의 대결은 파라과이전 최대 이슈 중 하나다.
이청용이 빠진 오른쪽 측면 자리에는 신예 이승현(24. 부산)의 무혈입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지만, 이근호(24. 주빌로 이와타), 박주영(24. AS모나코), 조동건(23. 성남)의 이동이 가능한 자리인 만큼 섣부른 예측은 힘들다.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는 기성용(21. 서울)과 조원희(26. 위건 애슬레틱)가 김정우(27. 성남), 오장은(24. 울산)에 비해 경쟁에서 약간 앞서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FW - 이동국의 사자후, 파라과이도 흔들까?
'라이언킹' 이동국(30. 전북)의 파라과이전 선발출격이 유력한 상황이다.
박주영-이근호 투톱라인이 이미 검증을 마친 만큼 허 감독이 모의고사 성격의 파라과이전에서 이동국의 기량 검증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때 허정무호의 투톱 전술 중 하나였던 '빅 앤드 스몰(Big&Small)' 공격라인이 이동국과 박주영 또는 이근호를 통해 완성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박주영과 이근호가 이동국의 짝으로 번갈아 활약하는 새로운 실험이 파라과이전에서 펼쳐질 듯 하다.
그러나 성남일화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소화한 끝에 대표팀까지 치고 올라온 조동건의 상승세도 무시할 수 없어 킬러경쟁은 어느 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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