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48위 한국은 1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38분 터진 박주영(24. AS모나코)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지난 2007년 12월 대표팀 사령탑에 취임, 칠레전(2008년 1월 30일. 0-2패) 이후 비아시아권 팀과 두 번째 A매치(국제경기)를 치른 허정무호는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20위에다가 2010 남아공월드컵 남미지역 예선 3위를 달리고 있는 파라과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둬 큰 자신감을 수확했다.
허 감독은 이날 승리로 칠레전 패배 이후 A매치 24경기 연속무패(11승13)를 달리게 됐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허 감독은 "남아공월드컵을 준비하는 첫 평가전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봤다. 상대가 거친 플레이를 펼쳤지만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날 평가전의 최대 관심사는 2007년 7월 펼쳐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이후 2년여 만에 태극마크를 받아든 이동국의 활약 여부였다.
올 시즌 득점포를 쉴새 없이 터뜨리며 K-리그 득점선두에 오른 이동국은 파라과이전에서 이근호(24. 주빌로 이와타)와 함께 투톱으로 선발출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동국은 움직임과 공간 활용 면에서 덜 다듬어진 모습을 드러낸 끝에 후반 시작과 함께 박주영과 교체아웃됐다. 큰 기대만큼 아쉬움이 남는 활약이었다.
어쩌면 이동국에게 마지막 기회가 됐을지도 모르는 이번 평가전에서의 부진은 남아공행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허 감독은 "대표팀은 항상 기회가 열려 있다. 기회를 주기 위해 (이동국을) 선발했다"며 "(이동국의)하고자 하는 의지는 높게 평가한다. (파라과이전) 플레이 내용이 잘 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못한 것도 아니었다"고 향후 분발을 촉구했다.
한 차례 실전 테스트를 마친 허 감독은 오는 9월 5일 치를 호주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있어 이동국에게 재차 기회를 부여할지가 향후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허 감독은 선수 개인에 대한 평가에 신중함을 드러내면서도 "강민수(23. 제주)는 후반 중반 한 차례 실수를 범했지만, 부상 회복 후 얼마 되지 않아 대표팀에 합류한 만큼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다. 김치우(26. 서울)는 썩 좋은 상태가 아니었지만 항상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선수다.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21. 볼턴 원더러스)의 부재 시 미드필드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이다"며 부단히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허 감독은 이날 박주영의 골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이승현(24. 부산)을 두고는 "모든 분들이 평가하셨겠지만, (팀 공격에)상당한 활력소가 됐다. 앞으로 전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만족스러움과 기대감을 동시에 내비쳤다.
이밖에 허 감독은 강호 파라과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에 대한 만족감과 함께 향후 개선 방안을 밝혔다.
"강팀을 맞아 좋은 경기를 펼쳤고, 큰 경험도 얻었다"고 평가한 허 감독은 "상대가 세계적인 수준을 갖추고 있는 팀이라고 보면, 아쉬운 점보다 대체적으로 무난한 경기였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허 감독은 이날 몇 차례 흔들렸던 수비 조직에 대해 "수비불안은 항상 거론되던 부분이었다"고 웃으며 "후반 몇 차례 실수가 보이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잘 해냈다. 앞으로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팀과의 경기를 위해서는 충분히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허 감독은 "경기 전후 팀에 없는 선수를 생각할 수는 없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공백이 있더라도 극복해야 한다. 박지성의 합류가 팀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할 얘기가 아닌 듯 싶다"며 "일부 선수들이 의욕이 앞서다보니 개인 플레이를 펼쳤지만, 너그럽게 이해해야 할 부분이다. 경쟁력과 가능성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월드컵 본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몸싸움이나 투쟁력은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것이다. 완벽한 경기는 없지만 실수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 너무 쉬운 패스미스도 드러났다. 어이없는 실수는 줄여야 한다"고 향후 보완점을 밝혔다.
한편, 게라르도 마르티노 파라과이 감독은 "전반적으로 대등한 경기였다. 전반전은 한국이, 후반전은 파라과이가 앞선 것 같다. 측면이 뚫리며 실점한 것이 아쉽다. 하지만 양 팀에 도움이 되는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마르티노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봤듯이 한국은 굉장히 다이내믹한 팀이다. 횡패스와 측면 공격, 1선에서 공격을 차단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며 "이름을 전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16번(기성용. 20. 서울)이 굉장히 영리한 움직임을 보였다. 10번(박주영)도 뛰어난 스트라이커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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