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계 지각변동

차재호 / / 기사승인 : 2009-08-24 14:20:1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名家 미국, 힙겹게 1위 지켜
자메이카, 볼트 선두 맹추격


'육상 강국' 미국의 아성이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미국은 24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끝난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2005년 헬싱키 대회부터 지켜온 1위 자리를 힘겹게 유지했다.

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0개와 은메달 6개, 동메달 6개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당초 목표대로 1위에 올랐지만 미국 육상은 이번 대회를 통해 큰 충격을 받았다.

몇 해전부터 미국 육상을 야금야금 따라 잡으며 조금씩 격차를 줄여 온 자메이카가 단거리 타이틀을 휩쓸면서 '명가'의 자존심을 짓밟았기 때문.

자메이카는 이번 대회 단거리에서 금메달 5개를 수확하는 등, 금메달 7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로 종합 2위를 차지하며 미국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한 때 칼 루이스, 마이클 존슨 등 세계적인 육상스타들을 배출하며 '단거리 최강국'으로 불린 미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단거리 주도권을 완전히 자메이카에 내줘야했다.

자메이카를 '신 육상 강국'으로 끌어올린데는 우사인 볼트(23)의 역할이 컸다. 볼트는 이번대회 남자 100m와 200m에서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가져갔고, 계주 400m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대회 사상 5번째로 3관왕에 올랐다.

여자 100m에서도 자메이카는 강세를 보였다. 지난 해 8월 베이징올림픽 여자 100m 챔피언인 셸리 안 프레이저(23)가 예상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케론 스튜어트(25)가 뒤를 이었다.

또, 여자 100m 허들에서 브리지트 포스터 힐튼(35)이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여자 계주 400m에서는 1991년 이후 18년만에 우승을 차지해 5개의 금메달을 단거리에서 쏟아냈다.

반면, 미국은 단거리 간판 타이슨 가이(27)가 100m에서 볼트에 눌려 2위에 그쳤고, 남자 200m와 계주 400m 역시 볼트의 기세에 눌려 자메이카에 금메달을 모두 내줬다.

특히 남녀 400m 계주에서는 바통 터치 실수로 결선 진출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미국이 단거리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여자 200m 뿐이었다. 앨리슨 펠릭스(24. 미국)는 여자 200m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3연패를 달성, 미국의 체면을 세웠다.

미국이 자존심을 구긴 것은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미국은 자메이카에 밀렸다. 자메이카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남녀 100m와 200m, 남자 계주 400m 금메달을 모두 쓸어 담았다.

자메이카로서는 이번 대회가 베이징올림픽에서 일궈낸 '돌풍'이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단거리를 놓고 벌어지는 미국과 자메이카의 묘한 신경전. 두 번이나 완패를 당한 미국이 다음 메이저대회에서 자메이카를 제압할지, 자메이카가 강세를 이어갈지를 지켜보는 것도 육상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차재호 차재호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