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팀 잔치에 괴로운 메츠팬들

차재호 / / 기사승인 : 2009-10-28 12:09:37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필리스-양키스 월드시리즈 진출에 ""사탄의 시리즈다"" 곤혹" 양키스와 필리스의 월드시리즈는 기차로 연결되는 뉴욕과 필라델피아를 빗대 ‘암트랙(Amtrak Series) 시리즈’로 불린다. 무려 59년만에 성사된 ‘암트랙 시리즈’로 두 팀의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지만 그럴수록 뉴욕 메츠 팬들은 괴롭다. 보기 싫어도 괴로운 경기들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메츠팬에게 올해는 최악의 해이다. 팀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4위로 겨우 꼴찌를 면했는데 가장 싫어하는 두 라이벌이 공교롭게 월드시리즈에 올라가버렸기 때문이다.

필리스는 메츠와 같은 디비전에 있는 팀으로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관계만큼 상극인 팀이다. 그런 팀이 월드시리즈에 올라가 버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지붕 두가족이면서 견원지간인 뉴욕 양키스까지 아메리칸 리그 정상을 차지하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전철로 연결되는 메츠와 양키스가 이른바 ‘서브웨이 시리즈’를 벌일 때 팬들의 신경전은 대단하다.

사촌이 논을 사도 배가 아픈데 미워하는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 올랐으니 메츠 팬들의 심사가 얼마나 사나울까. 뉴욕타임스가 27일 A섹션 29면 톱기사로 메츠 팬들의 괴로움을 조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메츠의 홈구장 시티필드 근처에서 파인레스토랑 스포츠바를 운영하는 처크 로즈 씨는 “필리스와 양키스 두 팀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 40일동안 밤낮을 가리지말고 비가 쏟아졌으면 좋겠다”고 엉뚱한 소망을 내비쳤다. 비 때문에 월드시리즈가 아예 취소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월드시리즈가 벌어지면 스포츠바는 들끓는 야구팬들로 특수를 누리지만 그는 이번 시리즈를 무시하고 1986년 메츠가 우승하던 때의 경기 비디오를 상영하겠다고 말했다.

메츠 팬들은 이번 월드시리즈를 ‘사탄의 시리즈(Satan's Series)’라고 칭하며 “앞으로 2주간 지구상 최악의 기간이 될 것”이라고 독설을 내뱉고 있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한시적으로 동맹을 하려는 노력도 한다. 양키스가 지금 뉴욕을 대표하는 팀으로 월드시리즈에 올랐으니 응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필리스가 메츠와 같은 내셔널리그 소속이니까 응원해야 한다는 팬들도 있다. 앤소니 샤르시아 씨(25)는 “필리스는 정말 싫다. 양키스를 응원하겠다. 이상적인 결정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선 덜 미운팀을 응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뉴욕 밸리 스트림의 라비 람차란 씨(35)는 “필리스를 싫어하지만 양키스보다는 낫다. 양키스는 정말 꼴보기 싫다”고 말했다. 제이슨 테하다 씨는 두 팀 얘기가 나오자 마치 뱀파이어를 만난 것처럼 질색하며 두 손가락을 십자가 모양으로 만들기도 했다.

지난 25일 양키스가 월드시리즈 진출을 결정짓던 날 그는 일부터 20분 간 스포츠바를 떠났다고 돌아왔다. 양키스 팬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맨해튼의 스포츠전문용품점 모델스에서 일하는 일라이 바가스 씨는 양키스 승리가 확정된 날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모자와 티셔츠 등 관련 용품들을 구하려고 법석을 떠는 양키스 팬들을 보면서 “이 상품들에 메츠 로고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하니까 마음이 아프더라”고 토로했다.

메츠의 옛 구장 셰이 스타디움이 보이는 퀸즈 플러싱에서 자란 그는 “요즘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들은 오래 기다릴수록 더욱 달콤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86년 메츠가 우승했을 때 나는 겨우 세 살이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기억할 수가 없다. 승리의 기쁨이 어떤 것인지 정말 알고 싶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차재호 차재호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