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은 26일 호주 맬버른파크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8강에서 세계랭킹 4위 앤디 머레이(23·영국)와 경기를 펼치던 도중 무릎에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했다.
나달은 1, 2세트에서 각각 게임스코어 6-3, 7-6<2>로 패한 뒤 3세트 게임스코어 3-0으로 뒤져 있던 상황에서 기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에도 무릎 부상으로 고생했던 나달은 "지난해에 당했던 부상과 비슷하다. 이런 상태로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무리하게 대회를 지속해서 상태를 악화시키고 싶지 않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던 나달은 8강까지 순항하며 2연패를 노렸으나 뜻하지 않은 무릎 부상 때문에 꿈을 접게 됐다.
나달이 경기를 포기한 덕분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4강에 오른 머레이는 4강에서 세계랭킹 14위 마린 실리치(22·크로아티아)와 맞붙는다.
머레이는 "US오픈에서 실리치에게 완패를 당한 기억이 있다. 이번 기회에 설욕하겠다"며 "오늘처럼 경기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결승에 오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실리치는 이날 세계랭킹 7위 앤디 로딕(28·미국)과 맞붙은 8강에서 로딕을 3-2(7-6<4> 6-3 3-6 2-6 6-3)으로 힘겹게 물리치고 4강에 합류했다.
오른쪽 어깨 통증을 호소하던 로딕은 이날 좋지 못한 움직임을 보이더니 결국 실리치에 일격을 당해 고배를 마셨다.
실리치가 그랜드슬램 4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리치가 호주오픈에서 올린 가장 좋은 성적은 2008년과 2009년 4회전 진출이다. 그랜드슬램에서는 지난해 US오픈에서 8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여자부에서는 쥐스틴 에넹(28·벨기에)이 복귀 후 첫 그랜드슬램에서 4강 진출에 성공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에넹은 이날 오전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8강에서 세계랭킹 19위 나디아 페트로바(28·러시아)를 2-0(7-6<3> 7-5)으로 완파하고 준결승 무대를 밟았다.
2008년 5월 은퇴했다가 올 시즌부터 복귀한 에넹은 지난 8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끝난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브리즈번 인터내셔널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냈다.
복귀 후 첫 대회에서 은퇴 이전의 위력을 발휘한 에넹은 첫 그랜드슬램에서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며 우승 희망을 밝혔다.
지난해 9월 열린 US오픈에서 2007년 은퇴했다가 지난해 복귀한 킴 클리스터스(27·벨기에)가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 테니스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에넹은 복귀 결심을 하게 된 것이 클리스터스의 영향도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에넹이 4강까지 진출하면서 이제 관심은 에넹이 우승을 차지해 복귀 선수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로 모아지게 됐다.
에넹이 호주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4년 한 번뿐이다. 은퇴 전까지 에넹이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한 것은 7번으로 프랑스오픈에서 4번, US오픈에서 2번 우승을 거머쥐었다. 윔블던 대회 우승 경험은 아직 없다.
마지막 메이저대회 우승은 2007년 US오픈이다. 2007년 에넹은 프랑스오픈과 US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에넹은 이날 경기 후 "전력을 다해 뛰었고, 해냈다. 너무 기쁘다"며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간 것이 승리 요인이다"라고 밝혔다.
에넹은 세계랭킹 35위 정제(27·중국)과 맞붙는다.
정제는 여자 단식 8강에서 세계랭킹 58위 마리아 키릴렌코(23. 러시아)를 2-0(6-1 6-3)으로 물리치고 4강 무대를 밟았다.
정제가 그랜드슬램 4강에 오른 것은 2008년 윔블던 대회에 이어 두 번째다. 정제는 호주오픈에서 단 한 번도 단식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중국 선수가 호주오픈 4강에 오른 것도 정제가 처음이다.
정제는 "에넹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다. 가장 존경하는 선수와 맞대결을 벌일 수 있다니 운이 좋다. 즐기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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