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AP/뉴시스】포클랜드 섬에 있는 아르헨티나 전사자들의 묘역을 누군가 파손하고 묘지에 있는 성모마리아상을 둘러싼 유리 보호장치를 거듭 두들겨서 산산조각을 낸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이 용의자들을 찾고 있는 동안 포클랜드 정부 당국은 7월31일 이번 범행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만행을 규탄하며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한다. 누구든 이 사건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는 시민은 경찰에 신고해주기 바란다"고 포클랜드 의회의 딕 솔 의원도 성명을 냈다.
아르헨군 전사자들의 유가족들은 이번 범행을 명백한 '신성 모독'으로 규정하고 영국인 적대자들의 짓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의 헥터 티머만 외무장관과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재 영국 대사 존 프리먼에게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또한 성명서를 통해서 "이번 사건은 일부 지역에서 득세를 하고 있는 영국인들의 적대감정이 최근 고조되고 있는 증거"라며 이런 혐오스러운 신성 모독 행위를 철저히 밝혀내지 않는다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도 이번 사건을 악랄한 반달리즘이라며 영국 정부가 나서서 공평한 수사로 범인들을 색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성명서는 그동안 아르헨 정부가 인정하지 않았던 포클랜드 행정부를 거론하면서 영국이 적대적이고 야만적인 행동으로 도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아르헨군 전사자 묘역의 관리인은 현재 이 묘지에는 1982년 영국-포클랜드 전쟁 당시 전사한 237명의 아르헨군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현재 파괴되어 산산조각난 것이 성모마리아상을 둘러싼 유리벽이라며 두 주일 전만 해도 멀쩡 하던 것이 언제 어떻게 깨뜨려졌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파손된 유리의 상태로 보아 이 범행은 날카로운 무기로 10여 차례를 내려친 것으로 보인다. 이 성모상의 푸른 색과 흰색 의상은 포클랜드 섬안에서 유일하게 허락된 아르헨티나의 상징이기도 해서 당국은 성모상 보호 장치가 복구될 때까지 성모님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보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 스탠리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곳 산지에 마련된 이 묘지는 평소에 참배객도 거의 없으며 아르헨이 섬을 점령한 지 30주년이 되는 올해 이 사건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포클랜드 전쟁의 전사자는 아르헨군 649명과 영국군 255명이며 섬의 원로 주민 3명도 함께 희생됐다. 아르헨티나는 전쟁에 진 후에도 이 섬을 말비나제도라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한다. 또 아직 영국령으로 남아 있는 포클랜드 독립을 위해 회담을 하라는 유엔 결의안을 영국이 무시하고 있다는 비난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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