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AP/뉴시스】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창설자 줄리언 어산지(41)는 19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비밀 외교 전문을 공개한 위키리크스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어산지는 이날 오후 자신의 망명을 허용한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2개월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영국 경찰의 체포를 피하기 위해 대사관 발코니에서 수백 명의 지지자와 기자들에게 큰 소리로 성명을 읽었다.
어산지는 "오바마 대통령의 올바른 행동을 요청한다. 미국은 위키리크스에 대한 마녀사냥을 버려야 한다"며 "FBI(미 연방수사국)의 조사팀을 해체하고 위키리크스 종사자와 지지자들을 처벌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위키리크스를 표적으로 삼아 언론인들이 처벌의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어둡고 억압된 세계로 몰고 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논평을 거부했다.
어산지는 이어 위키리크스에 국무부 외교전문을 넘겨준 미 일병 브래들리 매닝의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매닝이 기소된 것처럼 행동했다면 그는 영웅이며 우리 모두의 본보기이며 세계가 주목하는 정치범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매닝에 대한 재판이 열릴 예정이며 어산지와 관련한 법적 대응은 아직 취해지지 않았다.
어산지는 또 이날 망명을 허용한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코레아 대통령이 보여준 용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콰도르뿐 아니라 브라질과 칠레,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다른 국가들로부터도 지지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어산지의 이날 연설은 영국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 10분 동안 이어졌으며 어산지는 언론에 두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어산지가 지난 6월19일 에콰도르 대사관에 들어간 이후 그를 체포하려는 영국과 망명을 허용한 에콰도르 간 외교적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영국은 대사관에 있는 어산지를 체포할 수 없지만 그가 영국을 안전하게 빠져나가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어산지의 체포를 위해 에콰도르 대사관의 외교적 특권을 박탈하는 법을 발동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어산지를 변호하고 있는 스페인 판사 출신 발타사르 가르손은 이날 에콰도르 대사관 앞에서 "에콰도르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어산지의 안전한 출국이 가능하도록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산지는 2010년 8월 스웨덴 여성 2명을 각각 성폭행,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그러나 성관계는 합의에 따른 것으로 잘못이 없으며 성범죄 수사는 정치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웨덴 검찰은 조사를 위해 2년 동안 그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어산지와 그의 지지자들은 스웨덴 검찰의 송환 요구는 위키리크스 폭로와 관련한 재판을 미국에서 진행하려는 미 정부 당국의 계획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산지는 2010년 25만 건의 미 대사관 전문을 포함한 외교 및 군 기밀을 위키리크스에 공개함으로써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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