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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승 극작가) 세기의 특허전쟁이라고 불리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법정다툼은 만 가지 화제를 뿌리면서도 끝날 줄을 모른다.
소위 ‘영혼의 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소프트웨어와 ‘육체의 산업’으로 비유되는 하드웨어의 싸움에서 소프트웨어의 산업이 우위를 점하는 것은 알기 쉽게 특허권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허권에는 아주 거창한 것이 있는가 하면, 너무도 시시콜콜한 것까지 뒤섞여 있어 그 방면의 법률적인 전문가가 아니면 분별하기가 어렵다.
비근한 예가 되겠지만 출판권의 확립이나 보장을 위해서는 출판계획도 없는 책 제목만을 문화광관체육부에 신고를 해놓으면 어떤 경우에도 같은 제목의 책이 출판될 수가 없다. 일종의 저작권의 보장이나 다름이 없다. 모르기는 해도 특허권도 이 같은 사전절차가 있는 것으로 안다.
삼성전자에서 만든 캘럭시 폰의 네 모서리가 각이 지질 않고 둥글게 디자인 된 것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였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닭은 너무도 자명하다. 우리나라 서민들이 쓰는 밥상이나 찻 반은 고려시대나 조선시대부터 써오는 생활의 편의를 위한 디자인으로 네 모서리가 모두 둥글게 되어있다.
그 우리민족 고유의 생활디자인에 저작권자나 특허권자가 따로 있을 까닭이 없다. 그 민족의 혼이 담긴 캘럭시 폰의 둥근 모서리가 어찌하여 애플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인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바로 이점이다.
근자 한국의 디자인 수준이 세계를 뒤엎고도 남을 정도로 세련되고 고급화 된 것은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디자인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확인된다.
신형 소나타나 아반테, 그리고 K시리즈의 미끈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이 세계인의 관심을 모으면서 세계의 어떤 수준의 명차와 경쟁을 하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그렇게 세계적인 각광을 받게 된 자동차의 디자인은 불과 1~2년 사이에 얻어진 성과다.
지독히도 가난하였던 우리의 6,7십년 대를 뒤 돌아 보면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산품자체를 만들지 못했다.
그런 판국에 금성라디오가 나오고, 신일선풍기가 생산되기 시작하였는데 디자인이란 개념보다는 성능이 우선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현대자동차에서 <포니>라는 국산자동자차 생산되었다.
그 자동차의 디자인은 이태리의 전문 자동차 디자이너가 했지만, 우리는 국산 자동차가 생산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신바람을 돋우었을 뿐, 사방에 모가 난 <포니>의 디자인을 누구도 탓하질 않았다.
그게 어디 자동차뿐이랴. 소니, 내셔널로 대변되는 일본제 가전제품이 우리들 안방에서 살아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를 못했다.
게다가 국산 가전제품이 우리의 주방이나 안방을 점령하리라고 점친 사람조차 없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가전제품이 세계의 주방과 안방을 점령하게 되었다.
더구나 건축, 의상 디자인까지도 세계 정상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런 저력들이 20-50클럽으로 들어가게 하였다면 어찌 대견하고 흐뭇한 노릇이 아니랴.
이젠 디자인 특허 전쟁에서도 이길 방도를 찾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수 천 년의 유구한 문화와 전통을 자랑하는 역사가 있다.
애플의 고향인 미국이라는 나라가 생기기 1천 여 년 전에 우리는 네 모서리가 둥글게 디자인 된 밥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디자인 코리아의 영예이자 자부심이고도 남는다.
삼성전자의 관계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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