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오는 11월7일부터 11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을 중심으로 막을 올리는 제14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2012) 개막작에 존 커스 감독의 <페이퍼맨 : Paperman>이 선정, 아시아 최초 3D로 상영될 예정이다.
<페이퍼맨>은 손으로 그린 흑백의 2D를 기반으로 컴퓨터 CG로 합성한 입체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뉴욕시에 사는 외로운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며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남자는 아침 출근길에 아름다운 타이피스트 여인과 마주치고 자신이 꿈에 그리던 여자임을 확신하게 된다.
그녀가 건너편 고층빌딩 사무실 창가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관심을 끌기 위해 마음을 담은 종이비행기를 접어 그녀에게 날린다. <페이퍼맨>의 예술적 성과는 2D 핸드드로잉과 유려한 CG가 만나는 접점에서 이뤄진다.
간결한 미니멀리즘이 돋보이는 <페이퍼맨>은 모던한 뉴욕을 문명 비판적인 비평적 시각보다는 스타일에 치중해 고층의 건물이 주는 공간적 단절 효과를 극복해 나가는 오히려 인간적이며 소극적인 화면을 구성하고자 노력했다.
따라서 색 또한 통합해 블랙 앤 화이트(B&W)로 단순하게 표현하면서도 한눈에 띠는 색을 사용한 것은 미니멀리스트로서 존 커스 감독을 느끼게 해 준다. 테크닉적으로 <페이퍼맨>은 디즈니/픽사의 장점만을 모아서 압축한 듯하다.
그것은 존 커스 감독의 경력에서도 드러나는데 그는 실제로 픽사에서 10년 동안 <벅스 라이프>, <토이스토리2>, <몬스터 주식회사>, <인크레더블>, <볼트>, <라따뚜이>의 3D 애니메이터로 활동했으며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설리’를 그려냈다.
픽사와 디즈니의 합병 후 2007년부터는 핸드드로잉에 보다 전문성을 가진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주로 작업하며 <라푼젤>의 애니메이션슈퍼바이저로 활동했다. 물론 <페이퍼맨> 역시 디즈니 작품으로 분류한다.
최근 디즈니/픽사의 합병 이후 스튜디오는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픽사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오히려 디즈니 스타일을 혼합하고 있으며 곧 공개되는 디즈니 <주먹왕 랄프>는 픽사의 작품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디즈니/픽사의 경계선이 점차 모호해지고 불투명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현 디즈니의 사장 존 라세터가 추구하는 2D와 3D 애니메이션의 균형을 맞춰나가려는 중간단계에서 비롯된 디즈니/픽사의 정책에 기인한 것이다.
<페이퍼맨>의 프로듀서 크리스틴 리드의 애니메이션 미학, 아트-애니메이션에 대한 고집과 디즈니 <인어공주>의 애니메이터였던 글렌 킨, 그리고 존 라세터와 존 머스커 감독에게 영향을 받은 존 커스의 <페이퍼맨>은 결국 디즈니/픽사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부천=문찬식 기자 mc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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