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상황에 놓여 있다. 지금의 잠정중단에서 극적회생을 할지, 영구불능의 공식폐쇄로 귀결될지 기로에 서 있다. 역설적인 것은 남과 북 어디도 공단폐쇄를 공언하지 않지만 실제 상황은 폐쇄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에 개성공단 사태는 남북미가 쏟아내던 2013년 한반도 긴장 고조의 정세에서 촉발되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대미 대남 강경 노선과 한국과 미국의 대북 강경 대응이 맞부딪치면서 한반도는 전쟁 일촉즉발의 위기국면으로 진행되었고 그 와중에 북한은 3월27일 개성공단 입출경을 담당하는 군통신선을 차단함으로써 긴장고조를 최대화시켰다. 군사적 대결 국면에서 애꿎게 불똥이 튄 셈이었다. 남북의 군사적 긴장상황에서 북의 군통신선 차단은 충분히 예고되었고 따라서 이후 남북의 신중한 대응과 자제가 있었더라면 사실 개성공단 사태는 이 지경까지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통신선 차단은 기왕에도 있었고 조금 불편하기 하지만 개성공단 인력의 입출경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고 당연히 개성공단은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남과 북은 상호 상승적으로 비난과 대결을 강화했고 기싸움을 심화시켜 갔다.
군통신선 차단 이후 남측 일부 언론은 개성공단이 김정은의 돈줄이기 때문에 북이 개성공단을 닫을 수 없을 것이라며 비아냥거렸고 전쟁직전의 대결상황에서 북한의 특구개발지도총국은 존엄을 훼손할 경우 공단 폐쇄를 위협하면서 출경을 거부하는 통행제한 조치를 내렸다. 개성공단이 남북의 군사적 대결에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우리 언론은 좀 더 신중했으면 하는 아쉬운 대목이다. 북측 역시도 개성공단이 6.15 시대의 옥동자라면 남측 언론의 다양한 의견까지 꼭 시비를 걸어 출경 거부를 했어야 하는지 의문이 남는다.
출경제한까지도 다소 불편함이 따르지만 공단은 가동되고 있었고 2009년 사례에서 보듯이 남북이 자중하고 자제했다면 정세호전에 따라 출경제한 조치가 풀리고 공단은 정상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남북은 신경전을 계속하면서 상호 물러설 수 없는 입씨름을 지속했다.
출경금지 이후 북한 조평통은 남측이 ‘못된 말을 계속하면 북측 근로자를 철수시키겠다’고 공언했고 그럼에도 김관진 국방장관은 새누리당의 북핵특위에 참석해서 우리 근로자의 개성공단 억류 상황시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고 언론에서 이 발언은 개성공단 인질사태로 비화되기도 했다.
인질과 억류가 거론되면서 북한은 4월8일 김양건 통전부장의 개성공단 방문 직후, 북측 근로자 전원 철수 결정을 내림으로써 공단은 사실상 중단되고 말았다. 군사적 긴장국면으로 촉발된 군통신선 차단이 남북의 에스컬레이트된 대결과 비난으로 인해 급기야 공단 잠정중단 상황까지 오게 된 셈이다.
사실 출경금지 이후 남측 정부 인사와 전문가들 그리고 언론이 대대적으로 인질사태와 북한억류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과 보도 등은 도를 넘어 보였다. 북한이 남측을 위협했던 개성공단 폐쇄마저도 사실은 ‘북측 근로자 철수’였고 개성공단 가동을 힘들게 만들었던 4월3일의 출경거부도 북에서 남으로 귀환하는 근로자는 보내되 남에서 북으로 들어가는 근로자를 막는 조치였다는 점에서 인질과 억류 사태라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거의 없는 비현실적 상황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개성공단 근로자가 억류되어 인질이 된다는 사상초유의 급박한 상황설정이 마치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개성공단이 정상가동되기를 바라는 정부와 언론과 전문가라면 결코 해서는 안될 무지와 악의의 여론몰이였다. 물론 인질과 억류 발언을 트집삼아 근로자 철수를 강행한 북측의 강경한 태도 역시 이해되지 않는 무리수였음은 당연하다.
북측 근로자 철수 이후에도 개성공단에는 남측 근로자가 잔류하고 있었고 입주기업들은 어떻게든 가동 재개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었다.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기대하며 남북은 일정한 냉각기를 갖고 숨고르기가 필요한 때였다. 애초에 개성공단 사태의 시작이 한반도 정세의 군사적 대결 국면에서 촉발된 만큼,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큰 틀의 정세호전에 힘입어 개성공단 사태도 정상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4월25일 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한 남북대화를 제의하면서 다음 날 정오까지 답변시한을 못박은 후 거부시 중대조치를 밝힘으로써 명분은 대화지만 속내는 전원철수라는 강경대응의 수순을 준비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북이 회담을 거부하자마자 박근혜 정부는 잔류 근로자 전원 귀환 결정을 내렸고 북의 근로자 철수에 이어 남측의 근로자 귀환으로 개성공단은 사실상 폐쇄에 이르고 말았다.
사실 박근혜 정부의 근로자 귀환 조치는 전반적인 한반도 정세의 흐름에서도 뜬금 없는 무리수였다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북한발 긴장고조와 전쟁위기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4월11일 북한에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선언했고 곧이어 존 케리 국무장관은 한중일 순방과 함께 대북 대화의지를 표명했다. 우다웨이 중국 대표는 워싱턴을 방문해서 미국과 대북 협상을 위한 의견조율을 하기도 했다. 한미중이 고심 끝에 북한과의 협상국면을 모색하고 타진하고 물밑에서 외교적 노력을 시도하고 있었고 북한 또한 그즈음 전쟁위협과 도발적 언사를 자제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소강상태였던 시기였다. 따라서 전반적인 정세전환의 노력이 가동되는 시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근로자 귀환조치는 오히려 개성공단 사태를 폐쇄 수순으로 악화시키는 것이 되고 말았고 대결에서 대화로 조심스레 전환을 모색하던 한반도 정세와 각국의 노력에도 장애를 조성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남과 북 그 어디도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말하는 쪽은 없다. 남측도 개성공단이 발전하기를 누누이 강조하고 있고 북한 역시 개성공단을 6.15 통일시대의 전취물이자 옥동자로 극구 칭송하고 있다. 그러나 군통신선 차단 이후 지금까지 상황은 정반대로 공단 페쇄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개성공단을 못마땅해하고 공단폐쇄를 내심 바라는 남과 북의 강경파와 극단주의자들의 상호 작용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말았다. 남북 상생의 모델이자 통일을 준비하는 모범적 사례로서 개성공단이 절실하다면 남과 북 모두 강경파에 휘둘리며 소모적인 샅바싸움과 자존심에 매달리지 말고 공단 정상화라는 대승적 목표를 위해 차분하고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 기싸움에서의 승리가 목적이 아니라 개성공단 정상화와 발전이 진정 목적이라면 말이다.
출처 : 폴리뉴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