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우리 정부와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 관련 남북당국간 실무회담을 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개최키로 합의함에 따라 3개월 넘게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11일 남북당국회담의 우리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결정한 것을 문제 삼아 남북당국회담 불참을 일방 통보한바 있다. 이 때문에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뒤 남북 관계는 다시 경색국면을 지속해왔다.
이에 따라 해결의 실마리가 기대됐던 개성공단 문제,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 현안도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북한은 당장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다음날인 12일 판문점 연락채널을 끊었고, 남북관계는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가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또 격(格)을 둘러싼 남북 양측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던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에 상황 개선은 어려워 보여 한동안 냉기류가 형성됐다. 남과 북은 당국회담 무산 책임을 서로 전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남북 회담이 무산되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입주기업들은 급기야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개성공단 설비를 국내외 지역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북한은 이날 오후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개성공단 입주기업인과 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의 방북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전격 밝힌 것.
북측의 이번 제의는 남북당국자 회담 무산에 이어 미국을 상대로 제기한 대화제의 마저 거부되고 중국 정부가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지지하는 등 안팎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측의 제의와 관련, 정부는 당국간 실무회담 판문점 개최를 제의했고 북한이 이를 수용, 남북 당국간 회담이 무산 된 지 한 달 만에 실무회담이 다시 열리게 됐다.
정부는 실무회담 의제로 ▲개성공단 시설 및 장비 점검 문제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 문제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문제 등을 제시했고 북측은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또 이번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제의한 회담 당일 입주기업인들의 개성 방문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3개월 넘게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지 입주기업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나아가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풀고 본격적인 대화국면으로 나아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5일 우리 정부와 북한이 남북당국간 실무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대화에 응한 것은 순리"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측 대화 제의를 북한이 수용한 데 대해 "결국 합리적이고 원만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실무회담이 고위급회담으로 연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은 누가 만나느냐보다 당국자 간 상호신뢰와 존중의 분위기가 되도록 틀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남북 당국 실무자회담이 개최된다. 반가운 소식이다. 긍정적인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 지난달 남북 당국의 자존심 싸움으로 허무하게 꺼졌던 대화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이제 장마철이다. 개성공단 문제는 한시가 급하다. 기계가 녹슬고 있다. 지금 시기를 넘기면 재가동을 하고 싶어도 재가동할 수가 없게 된다"며 "당국회담은 그것대로 추진하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방북허용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원칙을 유지하되, 유연함이 발휘되기를 바란다"고 정부에 충고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막힌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남북 당국의 화답을 환영한다. 바라건대 박근혜정부가 소탐대실하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북한당국도 진정 어린 해결의지로 회담에 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상호 의원 역시 TBS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와 통화에서 "실무회담은 실무회담대로, 당국회담은 당국회담대로 하되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고 더 나아가서는 금강산 관광사업 등 남북간 막혔던 경제협력 사업을 단계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실무회담에서 재발방지대책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기업인들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해선 안 된다"고 정부에 충고했다.
특히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로 구성된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가 남북 실무회담 성사에 모처럼 생기를 되찾았다.
비대위는 전날 "남북 실무회담이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길 바란다"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9일 방북 신청에 대해 남북 정부가 합당한 절차를 밟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방북이 성사될 경우 비대위는 설비 점검을 위해 20~30명 규모의 인원을 보낼 계획이다.
한편 이번 실무회담에는 우리 측에서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등 3명이, 북측에서는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 등 3명이 나설 예정이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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