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碑木)이여, DMZ에 평화의 꽃을 피우리

전지명 / / 기사승인 : 2013-09-12 16: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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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명 동국대 북한학과 겸임교수
▲ 전지명 동국대 북한학과 겸임교수

숨 막힐 듯 한 긴장감이 도는 금단(禁斷)의 땅인 비무장지대(DMZ),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그곳에는 차가운 철책선이 남북을 가로막고 있다.



철책 너머 북녘 산하와 마주 대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북단 백암산 그 계곡, 전쟁이 휩쓸고 간 그 자리에 애절(哀切)히 울려 퍼지는 “초연(硝煙)이 쓸고 간~~” 그 가락 속에, 채 피지도 못하고 산화한 이름 모를 넋이 필자의 눈앞에 어른거린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碑木)이여
먼 고향 초동(樵童)친구 두고 온 하늘 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이 시대의 가슴을 찢어 놓는 그 노랫가락은 뼛속까지 배어든 비감(悲感)어린 심회(心懷)를 뭉클 뭉클 솟게 하는 통곡 이다.



한 맺힌 비극의 국민 가곡이 된 이 노래는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는” 격전의 포성이 멈춘 지 10여년이 지난 어느 달밤에, 전우들이 눈물로 쌓아준 듯 한 이끼가 낀 돌무더기 위에 썩은 채 꽂혀 있는 목비(木碑)와 빛바랜 철모를 발견한 한명희(1939~ )당시 소위가 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지은 헌시(獻詩) ‘비목’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불러온 참혹한 전쟁이 만들어 낸 분단 비극의 상징인 비무장 지대, 그로부터 6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그 DMZ의 또 다른 상징인양 되어있는 것이 ‘비목’이라는 생각도 들어 이에 얽힌 사연을 일부러 소개해 보았다.



그러한 비무장 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세계평화공원 구상에 따라 국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또 국민의 기대가 커져 가고 있다.



민족분단과 갈등의 상징인 DMZ를 신뢰와 평화의 상징으로 전환해 세계 평화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은 개전 3년 만에 종전(終戰)이 아닌 정전(停戰)으로 일단락되었기에, 두 세대를 넘긴 지금도 이 전쟁을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이 전쟁을 완전 종식(終熄)시키는 평화협정이 아니라 교전당사자(미국, 중국, 북한)간의 합의에 의한 휴전이기에 정전협정의 효력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이다. 전쟁발발 19일 만에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았던 한국군의 지휘권을 미군에게 넘겨주어야만 했다.



이래서 교전당사자국에서 빠지게 된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정전 협정을 극구 막으려 했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가지 않았던가.



아마도 무참히 짓밟힌 그의 자존심은 온데간데 없어 졌을 것이고, 회한(悔恨)과 울분에 그의 속이 얼마나 뒤집어졌을까. 하지만 무릇 세상만사가 자업자득이 아닌가.



그는 특별한 낚시 취미가 있던 터라 6.25전쟁 발발 당일 아침에도 창덕궁 후원에서 낚시를 즐기던 중에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북한의 남침 사실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하니 뒤늦게 유비무환의 뼈저린 교훈을 절감 했을 것이다.



이런 자초지종을 갖고 있는 정전협정이라 박근혜대통령은 DMZ의 관활권을 가진 유엔사를 비롯하여 정전협정 당사자 격인 미국과 중국에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의지를 피력하고 협조를 구하고 있으며, 북측에도 이를 공식 제안하면서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제 우리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이러한 정전체제를 전쟁이 없는 평화체제로 바꾸어 그것을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그 길을 가야 할 때다.



그 대안이 남북을 가로 막고 있는 분단 비극의 상징인 철책을 허물고 화해의 장을 만들 수 있는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일 것이다.



이것이 실현되면 남북 간의 신뢰 구축의 보다 큰 행보가 되어 군사적 긴장 완화에 따른 분단. 갈등비용 감소를 가져오게 되고, 합리적인 평화정착에도 징검다리가 되어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공감대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후일 평화의 꽃을 피우게 될 역사적인 공원이 들어설 그곳에는 지금도 켜켜이 쌓여 있는 전쟁의 상흔(傷痕)이 곳곳에 흩어져 있을 거다.



누구나 드나들지 못하는 궁노루 울어 예는 그곳이기에 우리에 비해 역설적으로 말해 동식물들에게는 지상 낙원의 평화의 땅이요 생명의 땅 그 자체다.



특히 동물들은 저마다의 제 위치를 지키고, 남의 것을 탐하지 않으며 서로 충돌하는 일 없이 자연과 더불어 평화롭게 잘 살아가고 있는데 그동안 우리는 서로 겨누면서 갈등과 싸움으로 일관해 오지 않았던가.



그곳에 우리 국민 모두는 하루 빨리 세계평화공원이 들어 설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곳은 민족화합의 상징적 공간도 될 것이고 또 6.25로 희생된 한 맺힌 영령들에게 바치는 크나큰 위로의 보상도 되리라 본다.



그런 날이 머지않아 온다면 앞에서 잠시 소개해 본 그 무명용사의 차디찬 돌무덤위에는 한 맺힌 사연인 ‘비목’의 노래 가락이 아니라 평화를 구가(謳歌)하는 노래가 울려 퍼지리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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