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11개 건설사·임원 22명 일괄기소

민장홍 기자 / mjh@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09-24 17: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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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국책사업 '4대강 살리기 사업' 입찰 담합

[시민일보]총 3조8000억원 상당의 예산이 투입된 사상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입찰담합한 건설사와 임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24일 4대강 사업 공사입찰에서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경쟁입찰을 가장하고 투찰가를 담합한 혐의(입찰방해 및 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전·현직 임원 22명과 11개 건설사 법인을 기소했다.


기소된 법인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중공업, 금호산업, 쌍용건설 등 11개 건설사다.


업체별로는 현대건설 4명, 삼성물산 3명, 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SK건설·포스코건설·현대산업개발 각 2명, 삼성중공업·금호산업·쌍용건설 1명씩 모두 22명의 임원이 사법처리됐다.


현대건설의 설 모 전 토목환경사업본부장(62)과 손 모 전 토목환경사업본부 전무(61), 삼성물산의 천 모 토목사업본부 국내토목사업부장(58)과 한 모 전 개발사업본부 임원(57), GS건설의 박 모 부사장(58·전 토목사업본부장), SK건설의 이 모 토목인프라 및 국내영업 부문장(55·전 토목영업본부장) 등 임원 6명은 구속기소됐다. 반면 김중겸 전 현대건설 대표(63)와 서종욱 전 대우건설 대표(61) 등 16명은 불구속상태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등 상위 6개 대형건설사가 여러차례 비공식 협상을 하고 경쟁없이 공사물량을 배분키로 합의하는 등 입찰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6개 건설사는 보(洑) 공사에서 도급순위 등 일정한 기준에 따라 미리 지분율을 정해놓고 정부의 공사계획이 발표되기 전 미리 설계업체로부터 관련 계획을 입수하고 공사 지분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다른 건설사까지 끌어들여 총 19개 건설업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건설사간 입찰경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 2009년 2~6월 발주된 16개 보 공사에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6개 건설사가 2개씩,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1개씩 낙찰받는 등 모두 8개 건설사가 14개 공구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8개 건설업체는 이 과정에서 일명 '들러리 설계'와 '가격 조작'을 통해 입찰담합을 공모한 사실도 밝혀졌다.


8개 건설사들은 각자 배분받은 공구에서 경쟁없이 낙찰받기 위해 서로 입찰 들러리를 서주거나 중견 건설사를 들러리로 내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보 공사 입찰에 들러리로 응찰한 건설사들은 설계점수와 가격점수를 합산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턴키방식 입찰에서 고의로 낮은 설계점수를 받기 위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설계를 제출하거나, 낙찰이 예정된 건설사의 요구대로 투찰가격을 기재하는 식으로 입찰과정에서 담합했다.


특히 사전에 약속한 대로 발주처가 입찰에서 탈락한 건설사들에 지급해 주는 설계보상비에 맞춰 이른바 설계수준이 낮은 'B설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식으로 담합혐의가 확인된 14개 보 공사에서 지급된 설계보상비의 총액은 293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건설사들이 다른 4대강 사업 공사에서도 투찰가격을 담합한 사실도 적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일부 대형 건설사는 낙동강 하구둑 배수문 증설 공사, 영주다목적댐 공사, 보현산다목적댐 공사 등 2009~2010년 발주된 다른 4대강살리기 사업 공사에서 응찰가격의 차이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넘지 않도록 서로 투찰가격을 맞춰 입찰한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 검찰은 건설사들의 비자금 조성이나 정·관계 로비 등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또 담합혐의가 확정되는 건설사들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설계보상비 환수조치를 검토하도록 지방국토청이나 수자원공사 등 발주처에 관련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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