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와 빅토르 안에게 조국의 의미는?

한승범 / / 기사승인 : 2014-02-24 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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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이번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에게 조국(祖國)이란 화두를 던졌다. 조국의 사전적 의미는 1)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던 나라와 2)자기의 국적이 속해 있는 나라이다. 빅토르 안(개명 전 안현수)은 1)항과 2)항이 불일치하는 조국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우연히 한 일본 방송국에서 방영한 김연아에 관한 특집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방송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가 다시 선수로 복귀한 이유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그것은 바로 애국심이었다. 온갖 부상에 시달리던 김연아에게 다시 선수로 복귀한다는 것은 악몽과도 같았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 유치전의 경험은 김연아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그 깨달음은 다름 아닌 ‘국가와 후배 피겨 선수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였다. 김연아는 2013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전 지인에게 후배들을 위해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을 했다. 김연아는 ‘꼭’이란 표현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빅토르 안은 자신의 조국 러시아에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바쳤다. 그는 금메달을 딴 뒤 러시아 국기를 휘날리며 환호하고, 금메달 수여식에서 빅토르 안은 러시아 국가(Гимн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를 따라 불렀다.

사실 스포츠스타가 자신의 조국을 버리고 정치적 망명을 하는 나라들은 냉전체제에서 공산권 국가들이었다. 구소련 테니스계의 기수 체스노코프, 루마니아의 ‘체조요정’ 코마네치, 동독 올림픽 수영 4관왕 코그넬리아 엔러 등 수많은 공산권 스포츠스타들이 돈과 자유를 찾아 서구로 망명을 했다. 구소련과 러시아는 대표적인 엑소더스(대탈출)의 나라이다.

빅토르 안은 한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동메달을 따든 금메달을 따든 전 스태프들이 다 같이 좋아해주고 선수들도 다 같이 축하해주고, 이런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빅토르 안 아버지 안기원 씨는 우리나라 빙상연맹의 파벌과 줄세우기 등을 줄기차게 비판해 왔다. 이에 누리꾼들은 마치 우리나라에만 파벌과 부조리가 있는 양 연일 비판하고, 러시아는 그렇지 않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세상에 어떤 나라이든 어떤 조직이든 파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필자가 아는 러시아 사람들은 우리보다 파벌, 편견, 시기, 질투가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는다.

빅토르 안과 김연아가 좋아하는 문구가 “고통 없인 얻는 게 없다(No Pain, No Gain)”로 우연히 일치한다. 빅토르 안의 <Gain>은 개인의 명예와 부에 한정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에 김연아의 <Gain>에는 개인의 명예, 부 외에 후배 사랑, 애국심,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추가된다. 김연아는 총 기부금이 25억에 달하는 기부천사로 유명하다. 필자가 과문해서인지 몰라도 안현수의 기부나 봉사 뉴스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적어도 한국인에게는 ‘김연아의 은메달’이 ‘빅토르 안의 금메달 3관왕’ 보다는 100만배 더 가치가 있는 것이다.

빅토르 안은 이제 러시아인이다. 지난 16일 야후스포츠는 한국에서 올림픽 3관왕에 올랐던 “빅토르 안이 러시아를 위한 금메달을 따며 한국에 대한 복수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우리 선수들은 <고마해라,,,많이 묵었다 아이가>라고 빅토르 안의 부친에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누구도 부와 명예를 위한 빅토르 안의 러시아 귀화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온라인 여론과 일부 언론에서는 그를 불의에 맞서 싸우는 영웅으로 추켜세우고 있다. 이런 ‘빅토르 안 영웅 만들기’는 자칫 ‘코리아 엑소더스’를 만들 위험성이 존재한다. 부당하게 대우를 받거나 불의에 맞선다고 부와 명예를 위해 대한민국을 버리고 외국으로 귀화하는 스포츠스타, 산업스파이들도 우리는 영웅시할 것인가? 빅토르 안 사태를 계기로 우리를 뒤돌아보고 자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빅토르 안의 귀화 행위 자체도 미화하는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이것은 언젠가 우리에게 ‘코리아 엑소더스’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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