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자 국회의원]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한일 역사의 정상화

황인자 / / 기사승인 : 2014-02-28 15: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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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자 국회의원
▲ 황인자 국회의원
지난 12월16일, 19대 국회의원으로 새로운 세계에 입문했다.

매일매일 수많은 사건을 접하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하나하나 발견해나가는 것은 의정활동이 주는 벅찬 감동이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했던 다양한 활동 경험들이 내 안 어딘가에 잠재해 있다가 구체적인 사건과 접하면, 마치 봄비를 만나 피어나는 새싹처럼 새로운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곤 했다. 그중 한 사건은 아픔과 동시에 미완의 해결 과제로 여전히 내 가슴 한쪽을 짓누르고 있다. 그것은 전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로 조직적으로 자행된 전쟁 성폭력, 바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지난 1월 26일 90세를 일기로 일본군위안부 출신 피해자 황금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이로써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이제 55명만 남게 됐고, 할머니들의 마지막 소원, 즉 일본정부의 공식 사죄에 대한 우리의 다급함은 더욱 절실해졌다. 반면 일본정부의 이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어떤 해결의 기미도 찾을 수 없어 실망을 넘어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황 할머니의 부음을 듣고 참 안타까웠다. 그보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할머니의 별세 관련 보도를 통해 다시 드러나는 세계 언론의 중립적, 아니 상당히 일본정부의 주장에 호도된 듯한 보도 태도였다. 미국 CNN은 황 할머니의 죽음과 관련해 1월 26일자 보도를 통해 놀랍게도 “일본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일본군)위안부 여성들에게 행해진 잔혹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는 표현을 썼다. 애쉴리 팬츠(Ashley Fantz)·폴 암스트롱(Paul Armstron) 두 CNN 기자는 자체 취재를 통해 일본 정부의 도움으로 1995년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아시아여성기금)을 발족해 일본군위안부 출신 여성들을 지원하려 했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아 바로 이 점에서 일본 정부가 공식 사과를 기피한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기사를 접하자마자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고, 즉시 윤정옥 선생님께 전화부터 드렸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발족하고 초대 공동대표를 맡아 10여 년간 활동해오셨고, 구순의 나이를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계속 연구 중인 선생님의 반응은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강경한 것이었다. 이후 CNN 공식 홈페이지에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라는 표현의 부당성을 지적했고, 열흘 후인 2월 5일 CNN은 한국정부가 일본정부의 주장과 달리(일본 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정정 기사를 내보냈다.

작다면 작은 해프닝이지만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태도에만 천착하는 데서 벗어나 폭넓게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은 사건이었다. “先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 後 정당한 배상”이라는 할머니들을 비롯한 우리 모두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선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살뜰한 감각으로 실질적으로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와 관련해 2월 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동경2.8독립선언일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현재 정부가 지정한 45개의 법정 기념일에 3.1만세운동의 도화선이 된 이 뜻깊은 날이 포함돼 있지 않아 생존 독립유공자들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을 직접 보게 됐다. 개인적으로 2.8독립선언 당시 대활약을 한 김마리아 조선여자유학생 친목회장을 기리는 (사)순국열사 김마리아 기념사업회 이사로 활동해왔기에 더욱 2.8독립선언의 의미가 간과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때문에 이후 24일 열린 안전행정위윈회에서 안행부 장관에게 확신을 가지고 2.8독립선언일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해야 하는 당위성을 역설할 수 있었고, 장관으로부터 참조해보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현재 정부는 3월에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강도 높게 제기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유엔 회의장에 일본의 몰염치한 역사인식에 또 하나의 경종을 울릴 일본군위안부의 날이 선포될 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공직 생활 23년의 태반을 정무장관실, 행자부, 서울시 등에서 여성정책 업무를 하면서 보낸 세월에서 몸으로 체득한 것은 사소해 보이는 여성문제 하나하나가 우리의 삶에 아주 밀접히 연결돼 있는 중요한 현실의 문제라는 것과 더불어 기존에 당연시되던 것을 때론 뒤집어서 거꾸로, 때론 창의적으로 다시 생각해보는 도전적인 시도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여성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세계관의 변혁을 체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비정상화의 정상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맥락에서 보면 작은 여성문제 하나를 차분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과정이야말로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회를 향해 도전적인 발걸음을 내딛는 것 아니겠는가.

대한민국 절반의 여성을 대변하는 의정 활동 하나하나가 내겐 의미 있는 시도임이 틀림없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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