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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초대전에서는 55년간 '존재와 진정성의 관계'를 일관되게 유지해 온 오세영 화백의 발자취와 함께 2000년대 이후 작가가 전념하고 있는 '심성의 기호' 연작을 감상할 수 있다.
창작활동 초기의 판각에 대한 기질까지 반영된 '심성의 기호'는 오세영을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심성의 기호' 시리즈는 사회와 문화 그리고 예술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를 한국의 정신성을 상징하는 태극의 괘를 소재로 하여 범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동양철학을 다양한 형상으로 화폭에 담아내 독창성을 보여준다.
오 화백은 이 작품에서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동양철학의 근간에 위치한 '괘(卦)'를 해체하고 인간 내면의 심상을 시각적 작품으로 재구성했다.
이 작품은 캔버스에 다양한 색상의 안료를 바르고 마지막에 황토빛 안료로 덮은 뒤 긁어내는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작품 속 황토빛 표면을 자세히 보면 황토색뿐만 아니라 여러 색을 품고 있다.
작품 내 빗살무늬토기 표면처럼 표현된 부조적 마티에르는 초기 작업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작가의 서명이라 할 수 있다.
오 화백은 자신만의 회화 이론을 바탕으로 작업한 '앵포르멜' 이래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얻은 안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본 작품을 완성했다.
한편, 서울대 미대를 수료하고 홍익대 공예과와 미국 뉴욕의 Pratt Institute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한 그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목판화부터였다.
미국 유학 후 귀국한 그는 목판이라는 전통적 매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1979년 제6회 영국판화비엔날레에 출품한 '숲속의 이야기'가 옥스퍼드갤러리상을 받았으며 미국에서 1991년 제작한 '최후의 만찬' 역시 뉴욕 몬타크화랑·독일 트레페화랑 공동 주최 국제최우수작가 선정전에서 1위에 오르며 독창적 예술세계를 인정받았다.
그는 급변하는 미국화단의 흐름 속에서 예술의 새로운 지평과 자신 안의 고유한 정체성이 합하는 지점을 찾고자 안료·색채·구성에 대한 실험을 반복했다.
이후 자신만의 회화 이론인 '행동적 홀로그래피즘'을 창안해 앵포르멜 작품세계를 열었고 앵포르멜 바탕 위에 세상에 대한 주제의식을 더한 '잔상' 연작을 탄생시켰다.
이들 작품은 199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미술관에 전시되었으며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주목받아 TV방영과 더불어 대학강연까지 이어졌다.
현재 그는 탐구와 표면처리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토색'과 '기원' 연작, 동서양 문명을 화려한 색채로 표현한 '성(城)' 연작 등 지금까지 쌓아온 토대 위에 새로운 요소를 가미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넓히고 있으며 작가의 본질적인 주제의식과 독창적 조형의식은 국내외에서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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