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환 칼럼] 비정상의 정상화는 기본원칙 준수부터

이영환 / / 기사승인 : 2014-04-27 17: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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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 건국대 교수
▲ 이영환 건국대 교수
한 학생이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지고 있는 ‘세월호’에서 어머니에게 “엄마 말 못 할까 봐 미리 보내 놓는다. 사랑해”라는 문자를 보냈다는 기사를 보면서 눈물이 그치질 않는다. 다행히도 이 학생은 문자를 보낼 시간이 있었고 구조도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학생은 “나 구명조끼 못 입었어. 어떡해 엄마 안녕. 사랑해”라는 음성 메시지를 보냈고 아직도 바다 속에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저린다.

이토록 아름다운 젊은이들을 저 차가운 바다에 수몰시키고 두 손을 놓고 눈물만 글썽여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기만 하다. 다행히도 물살이 느려지고 잠수부가 들어갈 수 있는 연결된 유도라인이 늘어나면서 선실내부 수색이 활발해지고 있다. 제발 어느 구석에서든 기적적으로 살아나올 것을 초조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이런 초조한 기다림 중에 사고의 원인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면 이 재앙은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은 데서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고 50일전 불시 점검에서 선내 침수 방지 장치 작동에 결함이 발견되었다. 그 뿐 아니라 비상발전기 연료유탱크 레벨게이지 상태 불량, 객실내 방화문 상태 불량, 비상조명등 작동 불량 등 불량 상태였다. 기가 막힌 것은 승무원들이 화재경보기 작동법조차도 몰랐는데도 양호판정을 받았다. 실제로 승무원들이 안전교육이라고는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비상시 대비 훈련 실시 여부 항목이 양호라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이를 판정한 기관은 목포해양 경찰서와 해양수산부인데 12척의 여객선에 대해 단지 2시간 동안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한 척에 평균 10분을 소요한 것이다. 점검표의 항목이 32개라는 점과 배의 크기를 생각하면 얼핏 숫자만 봐도 엉터리 점검을 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이 배는 804명 정원으로 디자인되었는데 955명으로 152영의 공간을 확대했다. 무게는 불과 4% 늘었지만 이 증축은 후미에 무게를 집중적으로 추가했으므로 정밀한 안전검사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정부에서 선박 검사업무를 위임받은 한국선급에서 안전검사를 통과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취항 전 선박검사에서 1차에서 떨어졌는데 2차에서는 별다른 보완 없이 통과했다”고 한다. 뭔가 석연치 않다.

더욱이 출항 전(前) 세월호의 선장은 허위 보고를 했다. 승객은 477명이 타고 있었는데 승객이 450명이라고 보고했고 적재물량도 1157톤을 적재했는데 거의 절반 정도인 657톤이라고 허위 보고했다. 아무리 봐도 기본 원칙과 법을 지킨 것이 거의 없다.

이와 비슷한 케이스인 삼풍백화점은 초기 아파트 종합상가로 설계되어 지하 4층 지상 4층으로 설계되었는데 오너의 욕심에 의해 백화점으로 설계변경을 원했으나 건물의 붕괴를 우려한 설계사가 거부했다. 변경에 대한 전문가의 검토 없이 무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벽을 없애고 여러 군데 구멍을 뚫어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서 기둥까지도 없애고 추후 에스컬레이터 방화벽을 설치하느라 그나마 설치된 기둥까지도 부분적으로 잘라버렸다. 그뿐이 아니다. 철근조차도 비싼 L자형 대신 일자형 철근을 사용했고 그나마 얇은 철근으로 숫자를 줄여서 시공했다. 그 위에 확장공사까지 해서 한 층을 더 올렸다. 하중 계산도 없고 엉터리 건물은 서초구청장에게 뇌물을 주고 준공허가를 받았다.

새 정부 들어서 우리 사회의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바로 우리 사회의 모든 곳에서 기본 원칙과 법을 준수하는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세월호에서와 같은 재앙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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