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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환 건국대 교수 |
요즘은 소셜미디어의 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소식을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먼저 접한다. 소셜미디어 시대에서는 신문은 인터넷에서 이미 전달된 내용을 다음 날 아침에서야 배달되므로 신문(新聞)이 아닌 구문(舊聞)이다. 방송 뉴스도 마찬가지다.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에서 이미 전달이 된 내용을 방송으로 전달하므로 새로운 것들이라는 뜻의 ‘뉴스(News)’ 보다는 오래된 것들이라는 뜻의 ‘올즈(Olds)’라고 해야 맞다.
과거 매스미디어 시대에는 일방적인 방송의 형태인 일대다(一對多)의 소통이 지배했다. 대중은 정보를 수동적으로 시청하고 수용한다. 매스미디어에서 무엇을 들려주고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대중의 관심이 결정된다. 대중의 관심과 그에 따른 사회적 합의는 소수의 언론을 장악한 엘리트들에 의해서 유도되고 결정된다.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거나 사회적 여론이나 합의를 ‘제조’하는 것이 홍보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라면 상상력이 추가되어 다소 과장되거나 조작된, 소위 ‘뻥’치는 자료를 만드는 것도 구사 가능한 전략의 일종으로 생각한다.
이와는 달리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다대다(多對多)의 소통 형식이 지배한다. 이 시대의 대중은 더 이상 일방적 수동적 정보의 수용자들이 아니다. 이들은 능동적으로 뉴스를 만들어 제공하고 공유하고 수집하고 각자의 관심사를 소통한다. 소셜미디어의 사회에서는 매스미디어 사회에서 사용하던 대중의 관심 유도나 사회적 합의의 제조 시도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모든 사실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다. 홍보 대신 사회의 구성원 즉, 국민과의 진심 어린 대화가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정부와 사고대책본부는 현장 상황과는 관계없이 대중의 관심과 여론을 최대한 호의적으로 유도하는데 골몰했다. 이들이 생각하기에 대중이 들어야 할 것은 “상황이 어려운 중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최선을 다하여 인명을 구출해 냈다”는 소식이다. 이에 잘 맞춰서 보도자료는 상상 속에서 제작되었다. “세월호 승객 전원이 구조 되었다”, “함정 171척, 항공기 29대, 잠수요원 520여명을 지속 투입하고 있다,” “무인로봇이 선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등의 발표가 그것이다.
아쉽게도 현장 상황은 발표 내용과 전혀 비슷하지 않았다. 상황은 어려웠지만 최고의 전문가라고 볼 수 있을 사람들은 없었고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도 어려웠고 인명은 한 명도 구출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물속에 들어간 잠수사는 고작 16명, 그나마도 물살이 세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고 무인 로봇처럼 생긴 고철도 없었다. 게다가 고위공무원들로 이루어진 사고대책본부는 사고처리보다는 행정처리에 익숙한 사람들이었고 우왕좌왕 실수연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이들은 맹골수도가 정조시간에 물살이 가장 느리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장소라는 것도 몰랐다. 이곳은 교과서적 상식을 배반하고 정조시간에 물살이 가장 빠르다. 탁상 행정 경험은 있어도 현장 경험은 없는 이들은 가장 물살이 빠른 정조 시간에 잠수 시도를 하도록 지휘했다.
현장에서의 구조대책본부가 최악의 무능함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정부와 구조대책본분의 홍보는 과장된 ‘뻥’으로 일관됐다. “200명에 가까운 구조인력이 배 안팎에서 구조작업을 벌였다,” “하루 종일 민관군이 동원되어 구조작업이 벌어졌다”는 식의 발표가 계속되었고 받아쓰기에 익숙한 매스미디어 기자들은 사실 확인 없이 이를 미사여구로 채색했다. “하늘과 바다에서 입체적인 구조작전이 펼쳐졌다”, “민관군이 협력하여 지상 최대의 구출작전을 펴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그것이다.
이때 구조대책본부가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사실대로 보도자료를 발표했으면 어땠을까? “생명 구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라고 정직하게 발표했다면 엄청난 양적 질적 도움이 답지했을 것이고 최소한 수십 명의 인명은 구조했을 것으로 필자는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사실과 다른 구조대책본부의 발표는 곧바로 불신의 대상이 되었고 소셜미디어 상의 루머가 뉴스를 대체했다. 대통령이 나서서 소셜미디어상에서의 루머를 단속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원인은 홍보전략이 제공했다. 급기야 불신을 넘어서 일부 과격한 누리꾼과 철없는 선동가들은 ‘박근혜 하야’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구시대적 ‘뻥’치는 과장 홍보가 정권의 위기를 부른 것이다.
사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사회전체에 누적되어 온 부패 구조—부정, 비리, 잘못된 관행 등에 부도덕한 기업주의 탐욕과 공무원의 태만, 안일, 무능이 더해진 총체적 구조—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척결할 것인가’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또한 이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총체적 부패 구조는 어느 한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척결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상상만으로 대책을 마련한다면 그것은 현장을 무시한 또 하나의 ‘뻥’이 될 것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뻥’이 아닌 국민전체에게 보내는 절절하고 진심 어린 도움요청이다.
“국민 여러분 애도만 하지 말고 나서서 바꾸어 주세요. 우리 사회 구석구석 퍼져있는 부정, 부패, 비리, 잘못된 관행 등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어주세요. 부도덕한 기업주의 탐욕과 공무원의 태만과 안일과 무능도 고발하고 추방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지금 여러분이 나서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침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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