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

남영진 / / 기사승인 : 2015-06-22 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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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진 한국감사협회 고문
▲ 남영진 한국감사협회 고문
지난 20일이 단오(端午)다. 음력 5월5일이다. 3월3일을 삼짓날. 제비가 온다 해서 봄의 시작이라면 단오는 양수인 5자가 두 번 겹쳐 이미 여름의 문턱을 넘어선 때다. 농촌에선 모내기가 끝나고 밭작물도 씨를 다 뿌리고 잡초 뽑기를 할 때다. 전후인 망종 소만 하지 등 24절기는 다 양력인데 설날, 추석과 함께 전통 3대 명절은 전통적으로 음력이다. 단오가 낮(午)의 끝(端에) 있으니 해가 가장 긴 하지(22일)와 거의 겹친다.

중국에서는 단오를 천중(天中)절이라 하며 우리이상으로 큰 명절로 친다. 해가 가운데 왔으니 단오나 하지나 해가 한창인 더운 때라는 말이다. 더위가 시작되면서 바다 쪽에서 동남풍이 불어와 장마가 시작된다. 덥고 습한 기운 때문에 옛날에는 설사 콜레라 장티푸스 등 전염병이 기승을 부렸다. 해서 단오절의 세시풍습은 우선 산들에 피어난 약초캐기와 몸추스르기였다. 약초를 캐다가 말리고 약쑥을 말려 모깃불을 피워 귀신 막는 ‘액맥이’를 했다.

우리나라의 옛 풍습을 기록한 중국의 <위지동이전>에는 마한인들은 5월 파종을 끝낸뒤 마을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고 음주와 가무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 때의 가사인 <동동>에도 단오인 수릿날이 나온다. 수릿날은 신의 날, 좋은 날이라는 뜻이다. 이날에 수생식물인 창포를 삶아 여인들은 머리를 감고 남정네들은 이 창포뿌리를 액맥이로 허릿춤에 찼다한다. 또 약초나 쑥을 넣어 수리떡을 만들어 나누어 먹었다.

여자들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긴 머리를 땋아 댕기 메고 예쁜 옷입고 동구앞 높은 나무에 매단 그네를 탔다. 남자들은 음식을 나눠먹고 동네의 대표 장사를 뽑아 씨름시합을 벌였다. 이때 전국의 큰 대회에는 장원에 황소 한 마리를 주던 전통이 지금의 ‘천하장사 만만세’의 우승 트로피로 이어지고 있다. 정신없이 모내기 파종 잡초 뽑기 등을 하다 모든 것 내려놓고 하루 즐기는 것 외에 일꾼들의 건강과 액땜을 하던 풍습이었다.

중국에서 시작됐지만 고유의 전통을 지켜온 건 강릉이다. 옛 예맥국부터 대관령과 동해를 오르내리며 2000여년 단오제를 지내 내려온 축제가 67년 국가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2005년에는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의 세계유형문화제로 지정됐다. 강릉 남대천에서 제사를 지낸 후 서울 쪽으로 올라오는 선자령(지금은 대관령)쪽에 있는 국사 성황당으로 옮겨 단오제사를 지낸다. 물론 그사이 그네뛰기, 씨름대회 등이 열린다.

근데 한창 신나는 계절인 단오를 맞는 요즘 대한민국은 우울하다. 그리고 찝찝하다. 메르스파동 때문이다.
우섭게 보이던 ‘중동독감’ 메르스가 한 달이상 온 나라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100년만의 가뭄과 더위에 겹쳐 점차 확산되더니 이젠 주위까지 코로나 바이러스가 스멀거리는 느낌이다. 처음엔 평택 오산등지의 지방에서 좀 나타나다가 적어도 수도 서울엔 안 올라올 줄 알았다. 사우디나 예멘등지의 낙타에서 옮아온 풍토병 정도로 알려 졌으니 중동여행객들만 공항에서 방역하면 되지 않겠는가 정도로 생각했다.

사망자가 나올때도 그리고 TV에서 매일 감염 격리자 확진환자등을 보도할 때도 너무 호들갑을 떠는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 사스 조류독감 신종플루등을 잘 막아왔던 그 훌륭한 ‘당국’이 “치사율은 높지만 전염이 잘 안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에 안심했다. 근데 서울삼성병원을 비롯한 최상급 병원 응급실에서 대량으로 감염되고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등 믿었던 사람들이 감염돼 되레 전파자가 되고 있으니 황당했다.

SNS를 통해 여러 정보 괴담들이 난무했다. 당국이 부인했던 괴담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자 당국도 이를 시인했다. 이때부터 국민들은 당국발표보다 괴담을 더 믿기 시작했다. 급기야 삼성병원이 사과하면서 응급실과 일부 외래병동을 폐쇄했고 국민들은 명단에 있는 병원의 장례식장까지 기피하기 시작했다. 덩달아 중국 대만 홍콩 등 외국관광객들이 방한을 취소했고 국민들은 동창회 회사 회식등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해 이제는 재래시장 골목 영세상점까지 썰렁해졌다. 국민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 즉 자구책을 모색한 것이다.

이제 우왕좌왕 할 일이 아니다. 국민들은 자구책을 찾았는데 당국만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초기대응만 실패한 것이 아니라 중기대응도 못했고 황교안 총리가 취임해 정부와 관료들을 다 잡아쥐고 확산방지와 치료에 매진함에도 사망자와 확진자가 계속돼 진행형이다. 한의학에서는 지난번 사스는 추운때 잘 나타나는 냉한병이라 한다. 해서 우리가 잘먹는 마늘 고추가 든 김치가 땀을 내 잘 버텨냈다고 한다.

이 메르스는 고온건조한 병이란다. 고온건조한 사막기후에서 지내는 낙타로부터 왔으니 일리가 있다. 올봄 우리나라 날씨가 일찍 더웠고 너무 가물어 이 병이 기승을 부렸다는 것이다. 예방의학 전문가의 말대로 우리나라가 치료의학은 최상인데 아직 예방의학분야는 아니란다. 조상들이 단오때 머리감고 그네뛰고 씨름하던 것이 여름 장마철 대비한 위생강조와 체력훈련 풍습이었다. 근데도 우리는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강조해온 보건위생은 수준이하다. 당국이나 국민이나 “아침 일찍 일어나 기지개 켜고 윗니 아랫니 잘 닦자”는 동요부터 실천하자. 국민안전은 공안이나 재난방지도 중요하지만 보건위생부터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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