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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환 건국대 교수 |
새천년이 시작된 2000년대 중반 스마트 모바일 기기가 확산되면서 전세계의 모바일 기기가 인터넷으로 연결되었고 중요하게도 모바일이 사람들을 서로 연결했다. 이들은 서로 SNS를 통해 소통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제2세대 사람의 인터넷이다.
이제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기기가 사람의 개입 없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자동차와 자동차가 연결이 되고 냉장고에 있는 음식까지도 인터넷을 통해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있다. 오븐과 에어컨이 연결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사물이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제3세대 사물인터넷이다.
제3세대로 옮겨가는 중이기는 해도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은 현재 제2세대 인터넷이다. 제2세대의 특징은 인류가 서로 연결되면서 협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각각의 지식과 능력을 연결하여 공유하고 참여하여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새로운 것들을 찾아내고 만들어낸다.
예컨대 과학 문제 중에는 단순히 몇몇 사람의 전문가로서는 풀기가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수 십대의 슈퍼컴퓨터가 힘을 합한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해결이 안 되는 문제들이다. 그 중의 하나가 아미노산 체인으로 이루어진 단백질 분자가 잘 못 접힌 곳을 찾는 문제다. 의학자들은 단백질이 접힐 때 발생하는 에러가 알츠하이머나 낭포성 섬유종 등 수많은 질병의 원인으로 연결된다고 추측해왔다. 하지만 단백질을 접어서 실험하기에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그래서 수많은 난치병의 원인이나 해결책이 될 수 있음에도 이를 규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시 말해서 데이터는 있지만 경우의 수대로 모두 분석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과학 문제를 풀기 위해 수십만 명의 네티즌들이 힘을 합쳤고 2011년에는 에이즈 바이러스와 관계 있는 단백질의 에러를 고작 3주만에 풀어냈다. 집단의 협력에 의해 문제를 푸는 것을 집단지능이라고 한다. 집단지능은 과학 등의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새로운 변화에 걸맞게 초기 박근혜 정부는 웹사이트 (gov30.go.kr)도 만들고, 공공정보 공개 서비스 포털(open.go.kr)도 만들면서 모든 가능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제2세대 인터넷 시대에는 데이터를 개방하고 공유하고 참여시켜야 하여야 집단지능이 발현되고 창조경제가 실현된다. 많은 사람이 지지의 박수를 보낸 것은 당연하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사실 제2세대 인터넷의 장점인 집단지능에 의지했어야 했다.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해결에 시민을 참여시켜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끌어냈어야 했다. 아쉽게도 정부는 집단지능의 장점을 이용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과거 인터넷이 없던 시절의 아날로그 패러다임으로 돌아갔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국민은 계도의 대상이며 통치의 대상이다. 어느 정부당국자는 정보공개는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했다. 즉, 계도해야 할 공공에게 정보를 공개하면 어떤 식이든지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아날로그시대의 논리다.
정부는 인터넷과 SNS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루머’라고 규정하고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을 법적 대응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당국자가 내놓은 낙타고기와 낙타우유를 먹지 말라는 현실성 없는 경고보다는 ‘루머’가 훨씬 더 신뢰성이 있었다. 지난 주 정부가 루머라고 치부했던 병원이름이 상당수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부 발표는 신뢰를 더욱 잃었다. 정부가 엉뚱하게 비밀유지를 위해 애를 쓰는 동안 시민들은 집단지능적으로 메르스 확산 지도를 만들고 메르스 환자 감염 경로를 시각화하면서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 중이다.
정부당국자는 이제 아날로그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를 부탁한다. 제2세대 사람의 인터넷에 인류가 대부분 연결되어있다는 말은 인류의 거의 모든 지식과 지혜의 동원이 가능하다는 말과도 같다. 인류가 알지 못하던 과학적 난제까지도 수십만 명이 한번에 해결하는 시대다. 집단지능에 의지할수록 국가의 난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정부는 정권 초기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겠다고 천명하고 추진했던 이유를 되돌려 기억하고 메르스 사태 슬기롭게 풀어나가기를 권유한다. 메르스사태는 초기대응에 실패했다. 쓸데없이 비밀을 유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패를 거울 삼아 집단지능에 의지하여 사태를 수습하기를 부탁한다. 그 뿐만이 아니고 앞으로도 모든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데 있어 과거 아날로그 시절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집단지능에 의지하여 펴나가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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